폭염에 제주 첫 감귤나무도 고사 직전

폭염에 제주 첫 감귤나무도 고사 직전
1911년 타케 신부가 서홍동에 심은 14그루 중 마지막 나무
4년 전부터 수세 약해지더니 올 여름 폭염에 상태 급격 악화
  • 입력 : 2018. 08.12(일) 16:26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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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제주에 처음 도입된 서귀포시 서홍동 면형의 집 마당에 있는 미장온주가 올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해 7월 중순쯤부터 상태가 나빠져 잎이 온통 누렇게 말라 있다. 문미숙기자

100여년 전 제주에 처음 들여온 온주밀감이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해 고사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감귤 주산지 제주에서 감귤 대량 생산의 기반이 된 나무여서다.

 10일 찾은 서귀포시 서동홍 지장샘 남쪽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면형의 집 마당에 있는 제주 최초의 미장온주는 잎이 누렇게 시든 것이 확인됐다.

 서홍동에 따르면 나무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 중순쯤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쯤부터 수세가 조금씩 약해지긴 했지만 작년 봄만 해도 감귤꽃이 피고 열매가 달려 가을엔 노랗게 익었다.

 1911년 일본에서 제주에 최초로 들여온 미장온주는 제주감귤 재배의 효시나 다름없는 상징적인 나무다. 당시 서홍성당(현 면형의 집) 신부였던 프랑스 출신 에밀리 타케가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일본에 있는 동료 신부에게 보내주고 답례로 받은 미장온주 14그루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 그루여서다. 1913년 당시 서귀포시에 살던 한 일본인은 이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고 서귀포시에서 감귤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묘목을 대량 들여와 서홍동 일대에 심으면서 감귤 재배 범위가 점차 확대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 최대 감귤주산지 제주의 감귤 재배가 타케 신부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서홍동 주민들은 '온주감귤 시원지'를 서홍 8경의 하나로 자랑삼으며 관리해 왔다.

미장온주는 올 6월만 해도 푸른 잎을 띠었다. 사진=서홍동 제공

하지만 수령 100년을 넘긴데다 올해 1월 한파에 이어 유난스런 여름 폭염까지 장기화되면서 나무가 차츰 생명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푸른 나뭇잎이 확인됐다.

서홍동과 마을회는 올 봄 전문가 자문을 얻어 외과수술과 영양제 투여에 이어 7월에는 수분증발을 막기 위해 줄기를 녹화마대로 감싸고, 햇볕 차단을 위한 차광막도 설치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서홍동 관계자는 "나무가 100년 넘게 살면서 수세가 약해진데다 올 겨울 한파와 여름 폭염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전문기관에 나무 상태에 대한 진단을 의뢰하고 마을회, 면형의 집과도 대책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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