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름다운 비자림로' 훼손 제정신인가

[사설] '아름다운 비자림로' 훼손 제정신인가
  • 입력 : 2018. 08.10(금)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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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비자림로'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비자림로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시작해 봉개동 절물휴양림 삼거리를 지나 5·16도로로 연결된다. 총 길이 27.3km의 왕복 2차선 지방도로이다. 비자림로는 제주의 유명도로 차원을 뛰어넘는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대상을 받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88개 도로 가운데 1등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운 비자림로가 도로 공사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제주도는 이달 2일부터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km 구간에 대한 도로 확장 공사에 착수했다. 공사과정에서 삼나무들이 무차별로 벌채되면서 환경훼손 논란을 빚고 있다. 하루에 100여 그루의 삼나무가 잘려나가는 중이다. 앞으로 베어내야 하는 삼나무는 2400여 그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 "주변 오름 파괴와 경관 훼손이 불가피한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확·포장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모호한 사업의 실효성 ▷상위계획을 반영하지 않은 성급한 확장사업 ▷대안도 없는 숲길 훼손 ▷제주도 미래비전의 철학과 환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사)제주생명의숲국민운동도 성명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인 비자림로변 삼나무 숲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들었다. '생명의숲'은 "숲을 파괴하는 것은 경관훼손을 넘어 우리의 생명을 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신문고'에도 '비자림로 파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따르는 등 도민과 관광객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이 왜 이렇게 헛되이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인가. 그것도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데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되레 훼손하지 못해 기를 쓰는지 모른다. 알다시피 비자림로는 공사 문제로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잖은가. 2010년 5·16도로에서 절물휴양림 삼거리까지 도로 구조개선사업을 추진하다 경관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포기했던 전례가 있다. 이번엔 영산강유역환경청도 사업 재검토를 주문했다는게 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이다. 그게 맞다면 환경부의 요구조차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비자림로가 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는지 모르는가. 도로 양쪽에 울창한 삼나무숲이 우거져 장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비자림로 삼나무숲을 마구 훼손하다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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