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속암수다
  • 입력 : 2018. 08.08(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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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텔레비전에서의 제주방언 프로에 '속암수다'의 자막이 크게 비친 적이 있다. 뜻은 '수고합니다'로 풀이한 듯 싶은데 표기상으로는 남에게 속았을때의 '속암수다'와 같다. 물론 후자에게는 어두경음의 기미가 있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제주방언에 '수고'의 뜻의 '속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나, '소구쿠다(수고 하 쿠다)'의 표현으로 보면 축약된 말로 느껴진다. 그 연유가 불명하더라도 현재 시상(時相)의 형태소 암(/엄)을 분리시키기 위해서 '속암수다' 쪽을 쓰는지 모르나 그것이 노출되지 않는 '잠 감수다, 햄수다' 등의 예들은 많다.

말 나온 김에 비견을 더 보탠다면 '수고'의 '소감수다'는 '수고 하 염수다'에서 오는 경로와도 연계된다고 본다. '하 염'은 '바 염(蛇)>뱀'으로 변하듯 '햄'으로 변하면 '수고햄수다'가 된다.

문제는 수고(<슈고(受苦), 17세기 국어사전에 나옴)가 어떻게 '소가'와 연계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첫째로 한자어(<중국어) '受苦'는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shouku였다. 그 이전은 어두유성음인데 한국에서는 어두유성음이 없으므로 무성음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니 말미의 u가 탈락하기만 하면 (쇼ㄱ암수다) '쇼감수다 > 소감수다'와 같이 우리말과의 융합이 가능하다. 둘째로 보다 후대의 17세이 전후에 제주방언에 후설모음의 추이(推移)가 있어서 슈~쇼의 변동이 있었다면 '슈고햄수다' 또는 '슈고 하 염수다'에서 '쇼감수다>소감수다'로 축약될 수 있다. 모음추이는 아래아 아 음의 변화가 단초가 되어 o~u의 변동이 야기되고 덩달아서 이와 관련된 '하 '가 약화되어서 축약도 실현된다.

설혹 한자어(<중국어)를 오래전에 받았더래도 '소감수다'나 '수고햄수다'와 같은 한국어와의 융합형으로 다듬어지는데는 많은 시일이 소여되었다 본다. 특히 '소감수다'가 정말 한자어와의 융합형인지 순수한 우리말인지 분간이 어렵게 되었다. 이상, 한자와 관련된다는 제말에 이치가 맞지 않는 데가 있다면 독자는 저한테 속암수다. <김공칠 전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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