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공모’에 ‘봐주기 청문’이 선하다

[사설] ‘무늬만 공모’에 ‘봐주기 청문’이 선하다
  • 입력 : 2018. 08.08(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달 행정시장 공모가 진행될 때 이미 내정설이 돌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주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지낸 K씨, 서귀포시장에는 4·3 관련 현직 단체장인 Y씨에 대한 낙점설이 퍼졌다. 제주시장에 5명, 서귀포시장에 3명이 응모했는데 제주도는 이들을 행정시장 후보자로 발표했다. 공모 전부터 흘러나왔던 소문대로 딱 들어맞았다. 행정시장 내정설에 이어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오는 17일과 20일 각각 고희범 제주시장 후보자와 양윤경 서귀포시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지난 3일 행정시장 예정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위원장에 김희현 의원과 부위원장에 강충룡 의원을 선임하고, 인사청문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도의회 인사청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 몫 4명(김희현·문경운·송창권·이상봉), 교섭단체인 희망제주 1명(김황국·자유한국당)과 미래제주 1명(김창식 교육의원), 의장 추천 1명(강충룡·바른미래당)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인사청문특위는 두 행정시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마친 뒤 20일 한꺼번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의회 안팎에선 벌써부터 하나의 특위에서 두 후보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갖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개의 특위로 두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부실 검증을 염려해서다. 하나의 특위가 한꺼번에 두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려면 시간도 짧고 업무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청문회를 분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행정시장을 묶어서 단일안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봐주기식 청문을 진행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꼬집는다.

그러잖아도 행정시장 공모가 '무늬만 공모'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임명권자인 도지사가 특정 인사를 내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공모한다는 지적이다. 공모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뤄지는 마당에 인사청문회마저 통과의례로 여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뻔하다. 이럴거면 인사청문회는 하나마나다. '부실 검증'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의회는 어떤 법규도 아니고 '지침'이 그렇게 중요한가. 지침 때문에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를 대충 넘어가도 좋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의회가 스스로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무늬만 공모'에 도의회의 '봐주기 청문'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이런 식으로 '협치'가 이뤄져선 안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39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