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통유발부담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사설] 교통유발부담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 입력 : 2018. 08.07(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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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숙박시설 등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대형건물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말 그대로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제주도가 2000년부터 3차례나 교통유발부담금을 도입하려 했지만 주민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주목된다.

제주도는 최근 읍·면지역까지 주차난이 확산됨에 따라 교통유발부담금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촉진에 관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은 도시교통정비지역 내에 위치한 건축바닥면적 1000㎡ 이상인 공공시설·판매시설·숙박시설 등이다. 시설물의 규모에 따라 ㎡당 부담금은 350원에서 1600원까지다. 세부적으로 보면 3000㎡ 이하 건축물은 350원, 3000㎡ 초과~3만㎡ 이하 1100원, 3만㎡ 초과 1600원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1000㎡ 이상 2만1000여동 가운데 호텔 등 상업용과 공항·항만, 공공업무시설 등 1만3600여동에 125억원이 부과된다.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는 모두 교통유발부담금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제주도는 2000년과 2006년, 2014년에 교통유발부담금 도입을 시도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대형마트와 같이 이용객이 많은 초대형 건물이 적은 제주도의 경우 교통유발부담금제도 도입시 일반 건축주에게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 지역경제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또 읍·면지역까지 교통유발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여론에 부닥쳐 결국 유보된 것이다.

제주의 교통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지 않는다. 도심지는 출·퇴근길 가리지 않고 정체현상이 상시적으로 빚어진다. 오죽하면 제주에서 '교통지옥'이란 말까지 나오겠는가. 그렇다고 행정의 노력 없이 모든 책임을 도민들에게 전가하는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엊그제 도민 공청회에서도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들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특히 문제는 건축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물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건물주가 교통유발부담금을 납부하지만 세입자에게 그 비용을 떠넘기면 임대료와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물 주변 이면도로 주차난 심화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이 원인자(건물주) 부담이지 제주는 근본적으로 관광객 때문에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건물주만 탓할게 아니라 관광객을 탓해야 한다. 도입 취지가 좋다고 마냥 밀어붙여선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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