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호의 한라칼럼] 폭염 속에서 숲길을 생각해 본다

[이남호의 한라칼럼] 폭염 속에서 숲길을 생각해 본다
  • 입력 : 2018. 08.07(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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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부터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8월 1일 한때 강원도 홍천의 기온이 41.0℃도를 기록하였다.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한다. 한밤의 온도가 3℃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소가 겹쳐서 한반도가 가마솥처럼 펄펄 끓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중동 등 많은 곳에서 폭염 때문에 현재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폭염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 현상과 얽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 문제가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도 폭염은 매년 반복될 수도 있으며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최근 겨울 폭설이나 지금 여름 폭염에서 느끼는 것처럼 세계 기후가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 속의 숲을 찾아 더위를 식히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높은 산의 숲이 주는 가장 좋은 점은 시원함과 쾌적함에 있다. 해발 고도가 100m 차이에 따라 온도는 0.6℃ 낮아진다고 한다. 해발 1200m의 성판악의 경우를 보면 해안가보다 항상 7℃ 이상 낮은 기온을 보이게 된다.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자연풍을 만끽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높은 산 숲속 그늘에서의 여름 나기는 신선놀음에 비유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숲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건강에 대한 숲치유 효과 때문이다. 우리는 숲 속에서의 삼림욕을 통하여 피톤치드를 호흡하게 된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기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내어 외부로 방사하는 항균성 물질이다. 피톤치드의 개념은 1930년대 러시아 생화학자인 토킨이 피톤(식물)과 치드(살균)을 조합하여 처음 제안하였다. 화학적으로는 이소프로펜을 단위구조로 하는 테르펜 계열의 휘발성 물질이 주성분이다. 일부 식물에서는 추출되어 정유(에센셜오일)로서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의 향료 성분으로 산업적으로 폭넓게 이용되기도 한다. 피톤치드는 미생물에게는 유해하지만 인간에게는 유익한 성분이다. 울창한 숲 속에서는 피톤치드, 자연의 향, 자연의 소리, 증가된 산소 농도 등이 오감을 자극하여 인체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에의 도움은 물론 노화 관련 질병인 여러가지 암 등에 대한 치유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곳이 자연휴양림으로 지정 개발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도에도 교래, 절물, 서귀포 및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여러 곳에서 곶자왈, 숲길 그리고 둘레길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드넓은 숲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축복받은 에코 힐링의 땅이다. 이러한 숲을 더욱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제주의 숲은 당연히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숲길을 느리게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고 자신과 대화하며 느끼는 힐링의 시간이 최고의 휴양일 지도 모른다. 현 시점에서 제주 숲길에 관련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할 듯 싶다. 제주숲 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도민과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 제주 숲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이남호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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