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 도정이 '학생급식' 지원조차 외면하나

[사설] 원 도정이 '학생급식' 지원조차 외면하나
  • 입력 : 2018. 08.06(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올해 2학기 고교 무상급식은 제주도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추진된다. 제주도로부터 관련 예산을 전혀 지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 기관이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어떤 말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제주도가 다른 문제도 아니고 '학생 급식' 예산을 끝내 외면한 것은 아쉽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고교 무상급식 총 예산 68억여원 가운데 부담원칙(인건비 교육청 100%, 식품·운영비 교육청 40% : 도청 60%)에 따라 도청 몫 31억원을 제외한 37억여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무상급식비를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2018년도 제주도 교육비특별회계 추경예산안 계수조정을 통해 고교 급식비 31억2300만원을 증액시켰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올해 2학기 고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총 68억여원을 자체예산으로 편성했다. 도의회 예결위가 증액한 31억여원은 교육청이 지금까지 도청과의 공동 부담원칙에 따라 도청 몫으로 남겨뒀던 금액이다.

물론 1차적으로 교육청의 잘못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도의회 추경예산 심의 때도 고교 무상급식 문제가 줄곧 도마위에 올랐다. 고교 무상급식은 이석문 교육감이 지방선거 때 약속한 핵심 공약이어서 더욱 그렇다. 도의회 예결위는 도청 몫을 남겨둔 채 고교 무상급식비가 '반쪽 예산'으로 편성됐다고 집중 추궁했다. 앞서 열린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도 호된 질책을 받았다. 도청과의 공동부담 원칙을 적용해 교육청 부담금만 편성한 고교 무상급식비 문제를 꼬집었다. 이 교육감의 핵심공약인데도 도청과 충분한 협의·소통없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했다는 이유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도청의 지원을 끌어내지 못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가 벌이는 일들을 감안보면 야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래의 청소년을 위해 이 정도의 지원도 못하느냐는 것이다. 얼마전에 불거진 100억원짜리 '재밋섬' 건물 매입문제만 해도 도청 국장 전결처리로 이뤄질 정도다. 게다가 이 건물 리모델링비로 들어가는 60억원도 도청에서 속전속결로 지원키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가 올해 1차 추경에 편성한 버스준공영제 재정지원 예산은 무려 400억원에 달한다. 그것도 편법증액 논란까지 빚었다. 이들 사안만 봐도 제주도의 재정이 얼마나 넉넉한지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요청한 학생급식비를 모질게 뿌리친 제주도의 행태는 참으로 치졸하다. 원희룡 도정의 갑질로 비쳐진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76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