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기의 현장시선] 청년농업인 육성에 나설 때

[고병기의 현장시선] 청년농업인 육성에 나설 때
  • 입력 : 2018. 08.03(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게다가 여름가뭄 마저 심상치 않은 단계에 와 있다. 제주농촌은 각종 월동채소류 파종시기를 앞두고 있다. 행여 적기농사에 차질이 생길까 하는 걱정에 농심(農心)도 대지와 함께 타들어 간다. 최근 당근 파종기를 맞고 있는 제주 동부지역 농업인들을 만나보니 자가 차량으로 물을 실어 나르고 양수기와 스프링클러를 돌리느라 땀이 범벅이다. 이미 파종한 당근씨앗이 발아되기를 고대하며 무더위에도 몸을 돌 볼 새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 농업인이 고령화로 이런 저런 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돼 파종시기를 미루기도 한다. 제주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17년 기준 65세이상 농업인이 48.8%를 차지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0여년 후에는 과연 제주농업이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고령화뿐만 아니라 농업인구의 감소, 영농인력 부족, 농지가격 상승, 농산물가격 등락, 농촌 환경훼손 등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을 위해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후계농업인 육성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후계농업인 육성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제주농업 농촌의 문제는 농업인과 농업관련 산업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공동체, 연관산업 등에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비농업계라고 남의 일처럼 볼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과거 청년농업인 양성의 산실이었던 도내 농업계 고등학교와 농업관련 대학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후계영농인을 창출하는 산실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영농의지를 갖고 농업에 뛰어 들고자 해도 지가 상승으로 농지 매입이 어렵게 됐다. 가칭'청년농업인 육성 조례'제정 등을 통해 장기적 임대나 싼값에 농지 취득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정부에서 올해부터'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예비 농업인에게 3년 동안 초기 생활정착자금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제주에서도 50명이 선발됐다. 또한 제주도는 청년농업인 발굴지원, 역량강화 교육, 창업지원, 농기계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후계농업인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거나 준비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농협 역시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농협재단에서는 미래농촌에 정주할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농업계열 전공 장학생을 선발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는'청년농부사관학교'를 개설하고 6개월 합숙 교육과정으로 현재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제주농협도 이에 앞서 지난 3월부터 40세 미만의 도내 청년농업인 50명을 선발'제주 청년농업인 아카데미'과정을 개설하고 12월까지 운영 중이다. 품목별 생산·유통이론과 마케팅, 6차산업 등 농업이론은 물론 제주역사·문화, 제주농업의 가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도전적인 청년농업인으로 키워가고 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학습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어 제주농업의 미래가 희망적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다양한 정책을 내놓아도 결국 농업에 뜻을 두고 참여하고자 하는 젊은이가 많아져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 제주농업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게 스마트팜 시대로 급속히 변하고 있어 젊은이들이 시대환경을 직시하고 농업도 업(業)으로써 도전한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

"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도 천국을 보라"라는 블레이크의 싯구처럼 제주청년들이 야망을 갖고 농업에서 희망을 찾아보길 기대해 본다. <고병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5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