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제주도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을 확실히 정할 때

[이수재의 목요담론] 제주도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을 확실히 정할 때
  • 입력 : 2018. 08.02(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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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로올링은 스웨덴의 군인으로 20세이던 1908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 체조 단체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 그는 4년 후 자국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체조부문 금메달을 또 받았다. 세월이 한참 흘러 32세가 된 1920년에는 종목을 바꾸어 벨기에의 안트워프에서에 개최된 올림픽 승마 부문에서 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세월이 지나 동일한 종목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 또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개인의 노력, 그 사회의 여건과 하늘이 준 천부적인 재능이 잘 조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자연보전 경연을 올림픽으로 본다면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과 람사르습지가 국제지정지역 종목의 금메달로 4관왕이다. 이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이고 총 숫자도 적으므로 제주도는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따라서 제주도는 하늘이 준 자연, 지역사회의 참여 그리고 사람들의 헌신적 노력 등이 잘 조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람사르 습지는 서로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는데, 제주도가 이를 한곳에 모두 보유하고 있어 유네스코로부터 '국제지정지역 진열장'라고 불린다. 이것은 마치 고급 백화점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좋은 장소에 진열하여 고객이 그것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과 같다.

제주도는 이들 국제지정지역을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연속적으로 지정받고, 재인증도 받아 이제 어느덧 8년 이상 유네스코 3관왕을 비교적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금메달의 숫자 이외에 금메달이 변색되지 않고 또 그것으로부터 실질적 혜택이 발생할 수 있도록 질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개발에 중점을 둔 국제자유도시와 보전에 중점을 둔 보호지역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공존해 왔다. 현재 상태는 제주도 면적의 약 50%가 국립공원이나 기타 보호지역으로 보전되어 있어서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흔히들 보전만하면 소득이 올라가는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하는 제주도의 국제지정지역을 연구하면서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즉, 우리나라에서 1인당 지역총생산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이고, 제주도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태이다. 울산은 공업도시이므로 1인당 지역총생산이 평균보다 월등히 높지만, 주목할만한 것은 성장률이다. 제주도는 대규모 산업시설이 거의 없지만 성장률은 충남과 충북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대규모 산업시설이 없이 관광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제주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하여 오므로 이러한 자연경관을 핵심자원으로 하여 지속가능한 투자를 통하여 건전한 자연자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자연자본은 자연자원과 서비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보는 것인데, 자연자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2017)의 연구를 보면, 제주도는 강원과 전남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종합 3위를 기록하여 제주도의 자연자본력이 매우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현재 환경부와 협력하여 유네스코 후원의 국제지정지역에 대한 연구 및 훈련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할 계획인데, 이 센터에서는 통상의 연구와 교육 이외에 도전적인 고급과정도 포함하고 국제적인 선도 역할을 잘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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