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무더운 여름, 무겁고 쥐나는 다리는 하지정맥류

[이길수의 건강&생활] 무더운 여름, 무겁고 쥐나는 다리는 하지정맥류
  • 입력 : 2018. 08.01(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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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지난 겨울 칼럼을 쓰면서 하얀 한라산 상고대가 떠올랐다면 이번 여름 칼럼은 제주도의 코발트빛 바다로 뛰어드는 상상을 하는 것이 제격이겠다. 하지만 여름에는 높아진 기온 때문에 혈관이 지나치게 이완(늘어남)되는 것이 문제다. 특히 정맥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여름은 그야말로 정맥류의 무거움에 지치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게 된다.

하지정맥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다리에 혈관이 지렁이처럼 울퉁불퉁 솟아있는 것만 떠올린다. 그러나 외관상 혈관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하지정맥류를 일으키는 정맥부전은 더 많이 숨어있다. 실제 다리가 아파서 내원한 분에게 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한 정맥류 때문임을 확인해 드려도 "내게 정맥류가 있을 리 없다"며 믿지 못하시는 분도 적지 않다. 순환기계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실린 유럽 테쿰지 지역사회 건강연구에 의하면 60대 여성의 72%, 남성의 43%에서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전체 여성의 45%가량이 정맥류를 가지고 있고 2017년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한해동안 17만명이 정맥류로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정맥류 천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정맥류를 가진 사람이 많을까? 재미있는 가설 중의 하나는 '인간이 두발로 걷는 포유류'라는 것이다. 즉, 네발로 걷는 대부분의 포유류는 네 다리에 중력하중이 고루 분산되지만 인간의 경우 진화에 의해 두 다리로만 서 있기 때문에 두 다리에 집중적으로 정맥혈류의 부하가 걸려 정맥벽과 판막이 나이가 들수록 약해진다는 설이다. 형태는 진화했으나 조직학적 진화는 덜 된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현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서있는 자세로 오랫동안 일을 하는 직업군이다. 늘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야 하는 정맥혈에게 마치 심장과 같은 펌프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종아리 근육의 수축작용이다. 즉, 잦은 근육 수축을 통해 하지 정맥혈을 비워둘 수 있는데 오랫동안 서서 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근육 수축 횟수도 줄고 정맥혈의 정체 시간만 길어져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맥혈의 이상적체가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근육경련을 일으키고 밤에 다리에 쥐가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정맥류 환자들이 호소하는 전형적인 증상은 없다. 오후가 될수록 다리가 피곤하던가 약간 무겁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며 환자에 따라 붓거나 아프고, 다리에 작열감(뜨거운 느낌)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걷기가 힘들고 자다가 쥐가나는 증상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관절이 안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정맥류에 의한 혈액정체는 혈관내 혈전을 만들어 정맥맥전증이나 심부정맥 혈전증을 만들기도 하고, 다리에 궤양을 만들어 절단의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가벼운 증상이겠거니 하고 방심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는 것이 이 질환이다. 요즘은 정맥혈관 관찰에 최적화 되어있는 혈관초음파 덕분에 비침습적인 정밀검사가 가능하다. 증상을 동반한 정맥류는 치료의 적응증이 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식적인 정맥류발거 수술(스트리핑법)을 할 수도 있으나 레이져나 고주파와 같은 열치료기구를 이용한 시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맥내부를 기계적 회전에 의해 파괴하는 기구나 약물을 이용하여 역류를 막는 도구도 개발되어 임상에서 적극 이용되고 있고 환자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이 무더운 여름, 정맥류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가벼워진 다리로 제주도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보자. <이길수 제주 수 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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