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00만 관광객이 치안수요와 무관하다니

[사설] 1500만 관광객이 치안수요와 무관하다니
  • 입력 : 2018. 08.01(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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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안전지수는 어느 수준일까.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말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발표한 지역안전지수에서 제주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역안전지수는 지자체별로 교통사고·화재·범죄·자연재해·생활안전·자살·감염병 등 7개 분야의 안전 수준을 평가해 각각 1~5등급으로 계량화한 지표다. 국제안전도시를 표방하는 제주의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제주치안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 1500만명이 찾는 국내외 관광객 숫자가 치안정책에 반영되지 않아서 치안서비스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제주경찰 1인당 담당하는 교통사고 건수는 2.7건(전국평균 1.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살인·강도·폭력·강간·절도 등 5대 범죄는 5.4건(평균 4.3건)으로 전국 2위, 112신고는 189.5건(평균 162.6건)으로 전국 4위다. 인구와 차량 증가도 가파르다. 2012~2017년까지 제주 인구는 58만3713명에서 65만7083명으로 5년새 12.6%(평균 1.6%) 늘었다. 차량은 같은기간 29만4488대에서 50만197대로 69.9%(평균 19.4%)나 증가했다.

그런데 제주 인구의 무려 28배에 달하는 관광객 숫자는 경찰 증원 등 치안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서울 등 대도시를 방문하는 인구를 수치로 산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관광객 등 유동인구를 치안정책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항공기와 여객선을 통해 입도하는 관광객 숫자를 정확히 산출한다. 이런 명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경찰 인력과 조직 확충을 요구하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제관광지 제주의 특수성이 완전히 도외시되고 있어 우려된다.

제주의 안전지수가 말해주듯이 인구 대비 범죄발생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치안전망 2017'에 따르면 제주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건수는 2015년 기준 5759건에 이른다. 서울 3616건, 부산 4138건, 대구 4029건, 인천 3462건 등 다른 광역시는 제주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제주치안이 녹록지 않은데다 '안전제주'를 위협하는 요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무사증제도로 인해 제주가 불법체류의 통로가 되면서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범죄만 해도 2011년 121명에서 지난해 644명으로 6년새 5배 이상 늘었다. 이제는 난민 신청자까지 대거 몰리면서 도민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관광객 등 날로 늘어나는 치안수요를 반영한 정부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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