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ideologie)라는 말은 프랑스 혁명기에 철학자 A.L.C. 데스튀트 드 트라시가 자신의 '관념의 과학'의 약칭으로 도입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여기에서 관념의 과학은 인간정신에서 편견을 몰아내고 이성을 복권함으로써 인간에 봉사하고 구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데스튀트 드 트라시아와 이데올로그 동료들은 프랑스를 합리적·과학적사회로 변혁하리라는 신념으로 국민교육체계를 고안해 가르쳤고, 이어서 이데올로기는 1795~1799년 프랑스 총재정부의 공인학설이 되었다. 그런데 처음에 그들을 지지했던 나폴레옹이 1812년 12월 프랑스군의 패배를 이데올로그들의 탓으로 돌리면서, 이 때부터 이데올로기는 뚜렷한 감정적 함축을 지닌 용어로 전략해 버리고 말았다.
데스튀트 드 트라시가 관념의 과학에 정열적으로 애정을 쏟고 숭고한 도덕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좋은 의미를 가졌던 이데올로기라는 단어는 나폴레옹이 혁명사상의 혐오스런 요소들을 이 낱말과 결합함으로써 온갖 비난과 불신의 느낌으로 채워지게 되었고, 이때부터 이데올로기는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어로 번역 될 때 칭찬과 욕설의 이중성을 띠게 되었다.
이상과 같이 이데올로기라는 단어의 유래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는 이데올로기의 뜻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이데올로기란? '개인이나 사회 집단의 사상, 행동 따위를 이끄는 관념이나 신념의 체계'라고 나온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어쩌면 필자를 지나치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보이데올로기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어느 때보다도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각자의 지식과 신념에 의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전달하며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이미 형성 된 단체들 이외에도 새로이 형성되는 단체 또한 무수히 많다. 어디 그 뿐인가, 그 단체 안에 또 다시 만들어지는 소그룹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잘못 된 정보도 적지 않은 현실이고 보면 네트워크가 발달한 이 시대의 생활패턴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게다가 요즘,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드루킹', '이재명 스캔들'로 세상이 어수선하고 마음이 수선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가운데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많은 국민들이 좋아하던 정치인이 아직 수사 중인 상황에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10년 전, 우리는 똑 같은 비극을 맞이했었다. '논두렁에 버린 시계이야기'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우리는 금세기 다시없을 대통령을 잃었다. 더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간간히 세상 속에 제 소리를 끼워 넣으면서 뻔뻔하게 잘 살아가는 그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티끌밖에 되지 않는 데에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그 분들의 선택이, 너무나 애석하고 안타깝다.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어서 그저 고개만 숙여야 했다.
가짜뉴스, 가짜댓글…. 지금 우리는 참 많은 진짜와 가짜가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참인지, 거짓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기신념은 가지고 살아야 정보이데올로기시대에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스스로 명확한 사실로써 갑론을박을 해야 할 때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장수명 마주보기대표·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