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제주농촌에 살아보니

[열린마당] 제주농촌에 살아보니
  • 입력 : 2018. 07.25(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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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에 경기도에서 입도해 제주살이를 시작한지 막 1년을 채워가는 새내기이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시작한 제주살이. 제주에 와서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농협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교육이 있다고 해 냉큼 신청을 했다. 처음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때에는 금방 농사도 잘 짓고 귀농에 성공한 선배들의 삶처럼 농사도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잘 될 것 같았다.

농지 준비는 안 된 터라 집주변 텃밭에 가족들 반찬으로 올릴 양파를 심어보기로 했다. 양파 모종을 하나씩 심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서너개는 꽂아야 한 개는 살아남을 거란 생각으로 열심히 심었다. 그런데 한 구멍에서 삼각, 사방, 오방형 양파가 자라나 비상품으로 구박 받는 사이즈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양파가 돼 이웃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귀농 선배들이 들려준 제주정착 성공담은 부러움과 경의. 나도 제주에 정착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예쁜 집도 짓고 싶고, 정사각형 넓은 밭에 농사도 지어보고 싶건만 요즘 너무 올라버린 제주 땅값은 좌절·실망이 돼 제주살이가 무조건 좋기만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제주도민이 돼 지난 6월 13일 첫 선거를 치렀고, 우리 마을 잔디밭 텐트촌에 차를 끌고 들어와 있는 관광객을 보면 잔디밭을 보호해야 할 어른이 차를 끌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 할 만큼 제주사랑, 마을사랑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교육의 도움으로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도시 것'이 양파도 심어보고 호박도 심어 봤으니 내년 봄에는 실패하지 않는 양파를 심어 보려고 한다.

교육을 통해 제주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돼 큰 힘이 된다. 교육을 통해 앞으로 어느 곳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 뒤 '육지 것'이 아닌 올바른 입도민 제주도민이 될 것이다.

<김양주 제주시 구좌읍 귀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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