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실기(失期)'로 마을지원금 십수억 날릴판

'대기업 실기(失期)'로 마을지원금 십수억 날릴판
정부 "기한 넘긴 발전소 특별지원 신청 수용 못해"
  • 입력 : 2018. 07.23(월) 20:0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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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D&D, 산자부·한전 상대 행정소송 잇따라 패소
최종 패소시 최대 피해자는 가시리… 12억 허공으로

제주지역 한 풍력발전사업자의 실기(失期)로 발전소가 들어선 마을을 위해 써야할 국비 십수억원이 허공에 날아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주특별자치도와 법조계에 따르면 에스케이디앤디 주식회사(SK D&D)는 지난해 6월 '가시리풍력발전소 특별지원사업'에 대한 지원금 신청을 정부가 부당하게 거부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전력기반센터를 상대로 이 같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SK D&D는 그해 11월 1심에서 진 데 이어 올해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 연이은 패소 판결에 불복한 SK D&D가 즉각 상고하면서 이번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SK D&D는 SK의 계열사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 공동목장 내 204만5000㎡ 부지에 30㎿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2014년 12월 완공했다.

소송의 쟁점은 SK D&D의 가시리풍력발전소 특별지원사업의 신청 과정이 절차적으로 적법한 지이다.

발전소가 들어선 마을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은 발전소 건설 비용에서 부지 매입비를 뺀 나머지의 1.5%를 주변지역 특별지원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정부에 특별지원금을 신청하면 정부는 심사를 거쳐 지자체에 지원금을 내려 보내고 해당 지자체는 이 돈을 고스란히 발전소가 들어선 마을을 위해 쓰는 방식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표선면 가시리 마을은 12억원 규모의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제주도는 밝혔다. 하지만 가시리 마을에 대한 특별지원사업은 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된 지 4년째가 되도록 진행되지 않았다.

지원금 신청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발전소 특별지원사업은 발전소가 운전을 개시하기 전에 미리 끝내야 한다. 제주도는 SK D&D가 2015년 2월 가시리풍력발전단지에서 첫 상업 운전을 했으며, 2개월 뒤에 특별지원금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마저도 정부 측의 손을 들어주면 특별지원금 12억원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또 가시리 마을은 당연히 받아야 할 지원을 못 받아 이번 소송의 최대 피해자로 남게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SK D&D가 최종 패소하면 SK D&D 측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법적으로 더 검토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SK D&D가 마을 공동목장을 임대해 발전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SK D&D 측은 최종 패소할 경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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