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근대건축물 굴곡진 제주역사를 말하다

[책세상] 근대건축물 굴곡진 제주역사를 말하다
김태일 교수의 '제주 근대건축 산책'
  • 입력 : 2018. 07.20(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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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70년대 근대로 규정
고난과 고통의 시간 담겨
소중한 사회적 자산 강조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가 제주건축 155선을 담은 '제주 속 건축'에 이어 '제주 근대건축 산책'을 냈다.

저자는 제주만의 '근대'를 이종문화 유입기인 일제강점기의 시작인 1910년부터 개발정착기인 1970년까지로 보고 있다. 1980년대 '신제주의 건설' 이전까지로 매듭졌다. 고난과 고통으로 가득한 근대라는 시기를 거치면서 때로는 제주도민의 의사와 상관없는 수많은 건축물이 세워졌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산들이 '근대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제주 역사의 굴곡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저자는 제주를 아끼는 한 시민으로서 제주만의 이야기가 깃든 근대 유산들을 기억하고 따라가본다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제주의 속살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여긴다. 옛 사진과 현재 모습이 여러장 담겨 읽는 재미를 더한다.

4·3성, 알뜨르비행장, 동굴진지, 옛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 국립제주목장, 이승만 별장, 옛 제주도청사, 옛 현대극장, 제주시민회관, 동문시장과 동양극장, 보훈회관, 옛 제주관광호텔, 제주대 옛 본관, 이시돌식 주택 등 제주 곳곳에 산재한 근대건축물은 관광 요소로도 충분하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꾸며졌다. 1부는 일제강점기의 삶을 반영하는 근대건축물을 소개한다. 등대와 도대불, 일본식 주택, 군사기지와 시설 등을 둘러보고 있다. 2부는 해방 전후 혼란기에 탄생한 건축물을 다뤘다. 제주 4·3사건과 한국전쟁이 남긴 군사전적지, 전란기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다. 3부에는 전쟁이 끝난 사회 안정기에 구축한 제주목장과 근대공공시설, 대형 문화공간 등을 담았다. 4부는 제주건축에 족적을 남긴 해방 이후 최초로 건축설계사무소를 차린 김태식,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중업, 건축의 지역성·기능성에 충실했던 제주출신 김한섭 등 근대건축가 3명을 이야기한다.

제주 최초의 관광호텔인 제주관광호텔(현재 호텔 하니크라운)과 제주 최초의 철골조 건축물인 제주시민회관이 김태식의 손을 거쳤다. 제주대 용담캠퍼스 본관(현재 제주사대부설고)과 서귀포캠퍼스(현재 서귀중앙여중)를 설계한 김중업. 옛 소라의 성도 그의 작품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제주건축의 개척자인 김한섭은 동문시장과 동양극장, 옛 남제주군청사, 제주교대, 현재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옛 제주신문사옥 등을 설계했다.

'고난과 고통의 땅'이었던 제주에 들어선 근대건축물들은 제주 역사의 굴곡을 말해주는 소중한 제주도민의 유산임을 저자는 다시한번 강조한다. 루아크,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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