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무용지물… 건설근로자 땡볕에 '무방비'

가이드라인 무용지물… 건설근로자 땡볕에 '무방비'
열사병 예방지침 등 소규모 현장선 힘들어
폭염에 안전장비 미착용… 사고 위험성 ↑
근로자 "식염·물로 버티며 눈치껏 쉬어야"
  • 입력 : 2018. 07.19(목) 18:29
  • 손정경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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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친다 싶으면 눈치보면서 각자 요령껏 쉬는거죠. 대규모 공사장이 아니면 정부지침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에요. 1시간마다 꼬박꼬박 쉬면 정해진 공기일을 맞추기가 힘들어요"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던 19일 오전. 제주시 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전모(60)씨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선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물·그늘·휴식)'을 포함한 정부지침을 지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건설업은 약속된 공기일을 지켜야 하잖아요.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용도 고려해야 하구요. 그러다 보니 업체 측에선 식염(소금)이나 시원한 물을 제공해주는 게 다지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도내 대규모 건설현장에선 대형선풍기를 설치하고 무더운 오후 시간을 피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변화도 있었으나 소규모 건설현장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이같이 무방비로 무더위에 노출되면서 건설근로자 일부는 덥다는 이유로 안전모를 포함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기도 해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제주시의 한 공사장은 안전모 미착용 문제가 수차례 지적돼 고용노동부에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도내 공사현장을 점검하다 보면 안전모를 쓰지 않고 더위를 피해 공사현장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가 많다"며 "현장에서 시정조치를 해도 강력한 처벌이 아닌 계도에 그치다 보니 좀처럼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작업량을 맞추려 무더운 공사현장 안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바로 작업을 이어가는 소규모 공사장도 많아 폭염에 근로자 건강과 안전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등 무더위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열사병 발생사업장 조치지침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시달했다. 지침에 따르면 열사병으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근로감독관이 현장조사를 통해 사업주의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이행여부를 집중 확인하고 법 위반 시에는 사업주를 사법처리하는 등 엄정 조치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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