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현의 목요담론] 일상의 가치를 지키는 관광

[오창현의 목요담론] 일상의 가치를 지키는 관광
  • 입력 : 2018. 07.19(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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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총리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첫 회의 후 7개월만이다. 이번 회의의 화두는 단연 지역관광이었다. 그 이유는 주52시간 근무로 여행수요 확대는 예상되지만 해외여행 증가만큼 국내 지역으로의 확산이 더디다는 문제와 더불어 민선 7기 출범에 맞춰 지방분권과 지역발전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에서 지역경제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지역관광 활성화는 서울, 제주, 부산 등 일부 편향된 특정 지역 방문객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균형발전을 꾀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이번 활성화 방안에는 관광전략 거점도시 육성, 비무장지대 평화관광 거점화, 섬·해안 관광자원 개발, 농촌·산림·생태관광 활성화 등 국제관광 거점 마련과 지역특화 콘텐츠 발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에서 관광으로 지역의 고른 발전을 위한 육성정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은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예전 양적성장 위주의 인프라와 관광객 유치 전략이 중심을 차지했다면, 이번 정부는 질적성장과 지역주도를 핵심키워드로 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처음으로 지역관광을 핵심전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관광은 우리 지역에서 회자되는 지역관광과는 사뭇 다른 맥락이며, 대한민국 전체가 관광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왔던 제주는 이제 또 다른 길을 걸어야 하며, 그동안 치열하게 달려왔던 경험을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우리 방식이 필요할 때다.

지역관광에 있어 중요한 배경으로 최근 뜨겁게 논의되는 관광수용력 초과현상(오버투어리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적정관광객에 대한 판단은 무척 난해한 일이다. 자연환경, 생활 및 관광인프라, 지역주민의 정서 등 너무도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 물리적 수용력의 기준이 정해졌다 해도 지역민들은 기준 이하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을 느낄 수 있으며, 기준 이상을 넘더라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국내외 여러 도시와 섬이 반드시 우리에게 사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적정수용력에 대한 기준을 떠나 지역민이 행복한 관광으로의 전환이 우선이다. 바로 지역민이 관광사업의 주체가 되고 관광으로 인한 혜택이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온전히 스며들 수 있는 지역관광은 우리가 가야할 해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관광지화는 여타 외부 자본의 개입으로 인한 것과 크게 다르다. 즉 지역주도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관광은 지역경제(농수산물 등)와 자연환경, 지역정체성의 유지라는 지역적 가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에 대한 긍정적 태도 등 관광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지속가능한 관광의 밑거름이 되고, 주민과 관광산업 그리고 관광객간 갈등의 문제를 줄여나가는 기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제주를 여느 관광지처럼 운명을 다해 퇴화하거나 원하지 않는 리모델링 과정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생명을 다한 관광지에는 지역이 가진 자연과 원풍경, 문화, 지역민이란 지역적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일상의 풍경과 제주라는 공동의 정서일 것이다. 관광객들도 제주의 속살과 가치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정서를 공유하려 한다. 일상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소중한 시대이다. 일상의 가치를 지키는 관광이 세상이 원하는 관광이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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