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근의 한라시론]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과 관광규제

[문한근의 한라시론]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과 관광규제
  • 입력 : 2018. 07.19(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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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이 관광객 증가로 인한 자연 훼손 등을 이유로 6개월간 폐쇄를 결정하였다. 이후 제주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최근 제주는 교통 혼잡, 쓰레기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및 환경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늘 관광객이 있다. 제주 관광객은 201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불과 6년 만에 두 배나 늘어 15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런 탓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관광객들로 인해 제주도민의 삶이 악화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관광객의 주요 관광지 입장료를 인상한 데 이어 2020년부터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오염 '원인부담자 원칙'에 근거하여 관광객에게 관광세를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수익금은 환경개선 사업 등에 활용된다. '원인부담자 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만 현 제주의 사회적 문제를 관광객에만 초점을 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으로 규정하려면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우선 '원인부담자 원칙'에서 도민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점이다. 현 사회적 문제가 관광객들에 의해서만 유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축산농가의 불법 분뇨 처리 사태만 봐도 그렇다. 렌터카가 교통 혼잡의 주범이라는 주장도 보다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제주의 가구당 차량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 중 렌터카 비중은 채 10%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현지인들의 차량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관광객의 경제적 기여도보다는 관광객에 의한 환경훼손, 교통악화, 쓰레기 증가만을 강조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관광객은 제주 성장을 견인하였다. 제주는 관광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고용증대와 인구순유입 그리고 건설업 등 여타 산업도 동반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여수 등 여타 관광지와는 달리 제주가 제조업의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관광은 제주의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 산업이다.

이러한 가운데 섣부른 '원인자부담 원칙'이 자칫 관광객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생긴다. 관광객 감소는 지역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관광객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관광수입과 부가가치가 각각 3300억원, 15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모든 사회적 문제를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주민들과 공유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관광객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와 더불어 관광객과 도민의 상생방안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 외의 사회문제는 도민들도 관광객들과 함께 책임을 적극 공유해야 한다.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이다. 여느 때와 같이 올 여름도 제주는 많은 관광객을 품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제주관광이 도민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문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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