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JDC와 함께하는 글로벌 에티켓 캠페인] (8)무분별한 낙서 인증샷

[2018 JDC와 함께하는 글로벌 에티켓 캠페인] (8)무분별한 낙서 인증샷
관광객 아무곳에나 이름 남기기 열풍 눈살
명소마다 무개념 '낙서 인증샷' 골머리
  • 입력 : 2018. 07.17(화) 15:33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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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여행의 추억만 남겨주세요."

 제주의 명소 곳곳마다 '낙서 인증샷'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피서철을 맞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늘면서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블로거 신모씨는 최근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목초를 수확해 대형 마시멜로 모양을 한 '곤포 사일리지(가축의 겨울먹이로 말리지 않은채 저장하는 풀더미)'에 큰 글씨로 '◇◇아, 사랑해'대형 글씨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아마도 대형 낙서를 하고 인증샷을 남기려고 했던 커플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특별한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비양심적인 낙서와 흔적 남기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올레길에도 '00 왔다감' '◇◇아, 사랑해'등 낙서를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낙서는 대부분 유성펜으로 쓰여 있고 낙서를 깊게 하느라 나무재질의 펜스는 움푹 패여서 파손될 우려도 있다.

 최근 타지역에서는 한 커플이 드라마 촬영소품에 낙서를 남겼다가 촬영팀이 SNS에 올리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낙서'와 '인증샷'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모(35·제주시 일도2동)씨는 "굳이 낙서를 하면서 자신들의 행적을 남겨야 하냐"며 "일부 개념 없는 사람들로 인해 명소가 낙서판이 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유모(46·서귀포시 중문동)씨도 "이름이나 문구를 남길 수 있도록 별도 마련된 공간에서는 익살스럽고 재치있는 문구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공간에 이름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한국인들의 낙서 인증샷은 국제적 망신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태국 시밀란 국립공원 산호초에 한글로 낙서를 새긴 사실이 알려져 국제적 망신이 되기도 했다. 김모(48·제주시 삼도2동)씨는 "해외여행을 다니다 한국인들이 남기고 간 낙서를 보고 민망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화재 등에 낙서를 할 경우 좀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2015년 콜로세움에 낙서한 관광객에게 2000만 원이 넘는 벌금과 함께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문화재에 낙서하면 400만 원이 넘는 벌금과 함께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 지정 문화재를 손상, 절취하는 경우,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에 비해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10만원 정도의 벌금형만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낙서 인증샷에 대한 국민 의식 개선과 법적인 대책 마련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내 관광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딜가나 자기 이름을 남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여행의 감동은 낙서가 아니라 가슴속에 남겨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심리전문가는 "셀카를 비롯한 각종 인증 행위는 사람의 기본적인 자기표현 욕구에 기반하는데 소셜 미디어(SNS)는 이를 증폭시켰으며, 인증을 경쟁적으로 하려다 보니 비도덕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며 "이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 개개인의 절제와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를 위한 흔적은 어디까지나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선까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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