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

[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
  • 입력 : 2018. 07.10(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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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9구는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가난하고 범죄율이 높은 위험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부 프랑스인조차 19구의 방문을 꺼렸다. 낙후된 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프랑스와 미테랑 대통령 때 프랑스는 약 120년간 도축장과 육류 도매 시장이었던 장소를 라 빌레트 공원으로 조성하고 산업 과학관, 음악당, 극장, 놀이터 등을 지어 이곳을 명소로 만들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생 마르탱 운하와 함께 7월 한 달 동안 밤에 열리는 무료영화상영회와 같은 다양한 행사로 인해 이 공원은 파리 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상카트르-파리는 라 빌레트 공원에 이어 19구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감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상카트르-파리는 오랫동안 장례식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1874년 가톨릭 교구 장례식장으로 지어졌으며, 1905년 파리시 장례식장으로 바뀌어 1998년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비어있던 곳을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이 2001년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1억 유로 이상의 예산을 들여 개보수를 시작했고, 2008년에 상카트르-파리를 완성했다. 상카트르는 프랑스어로 104를 뜻한다. 상카트르-파리는 유휴공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나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유사하다.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상카트르-파리는 이러한 미술관과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예술가와 시민이 공간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미술관과 공연장과 같은 문화시설에서는 예술가는 창작자로 시민은 관람자 또는 관객으로 구분되어 소통하기 어렵다. 반면 상카트르-파리는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조성되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일이 가능해졌다. 상카트르-파리 1층의 넓은 홀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저글링, 연극 등을 연습하고, 건물 앞 공터에서도 15명가량의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춤을 춘다. 예술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에서부터 동아리 활동을 하는 시민뿐만 아니라 놀이를 하기 위한 가족이 함께 공간을 즐긴다. 2층에는 전 세계에서 온 예술가를 위한 아틀리에가 있다. 이곳 역시 예술가만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지 않고 일반인에게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그런데도 예술가는 상카트르-파리에서의 작업에 만족한다. 전공이 다른 예술가와의 교류가 가능하며 시민들과의 소통에서 큰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열리는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도 창작 활동에 자극이 된다.

제주도는 예술가도 제주도민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예술인은 전문성을 내세우며 예술가를 위한 공간을 요구하고 도민들은 예술가를 위한 공간은 많으니 도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늘려달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파리의 예가 제주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겠지만 상카트르-파리가 실험한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을 제주도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파리 19구에 생 마르탱 운하가 있는 라 빌레트 공원과 상카트르-파리가 있다면, 제주도 원도심에는 산지천이 있는 탐라문화광장과 예술공간 이아가 있다. 탐라문화광장이 라 빌레트 공원처럼 제주도민이 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예술공간 이아에 이어 현재 재밋섬 건물이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면 그 공간은 예술가와 제주도민이 함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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