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만원!… ‘위챗’서 버젓이 영업

하루 5만원!… ‘위챗’서 버젓이 영업
[긴급진단]병든 외국인관광객 운송시장-(상)유출되는 관광 수익
개별관광시장 성장하면서 불법행위 규모도 커져
대화방 만들어 암암리 영업… 운송시장 질서 훼손
  • 입력 : 2018. 07.09(월)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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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6개월만에 지난 한해 적발건수 3배 넘어

방한 외국인들의 관광 흐름이 단체 패키지 여행에서 개별 여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개별 관광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외국인 개별 관광객은 제주를 여행할 때 단체 관광객보다 더 큰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통역이 가능한 안내사와 함께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단체 관광객과 달리 개별 관광객은 언어, 교통 수단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관광공사의 '2017년 방문관광객 실태현황 정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대다수가 주요 불만 사항으로 부족한 교통수단 정보와 의사소통이 힘든 점을 꼽고 있었다. 제주 관광의 부작용은 바로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들어 발생한다.

유학생 등 통역이 가능한 일부와 언어, 교통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길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불법 유상운송 시장이 암암리에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불법유송 알선 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위챗 대화방. 제주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등을 포함해 470여명이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다고 제보자는 밝혔다.

▶만연한 불법 유상운송="OO호텔 4일, 필요하면 연락줘요. 저가(저렴한 가격)" "오늘부터 총 4일, 20만원" "하루 5만원?"

본보가 최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한 위챗(we chat·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호텔 명과 날짜, 금액을 명시한 글들이 속속 올라와 있었다. 이 대화방엔 4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제보자는 대화방에 참여한 상당수가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전했다. 제보자는 "대화방에 나온 호텔 명은 외국인 관광객이 투숙한 곳을, 금액은 이들을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태우고 여행을 시켜줬을 때 받는 비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은 "이런 형태의 대화방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대다수 자격이 없지만 용돈벌이 목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자격 가이드 고용 만큼이나 불법 유상운송은 제주 관광 시장에 만연하게 퍼진 문제로 꼽힌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허가 없이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관광객을 실어 나른 뒤 그 대가로 돈을 받으면 불법이다. 불법이다보니 여행 도중 교통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기 힘들다. 최근 몇년 사이 단속이 강화되면서 무자격 가이드 고용 적발 건수는 2016년 134건에서, 2017년 9건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불법 유상운송은 그렇지 않다.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 기준으로 도내에서 18건의 불법 유상운송행위가 적발됐다. 6개월 만에 지난 한해 적발 건수(5건)의 3배를 넘어섰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불법 유상운송은 통역이 가능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올해 적발자의 80% 가량이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 관광통역 안내사는 "무자격 가이드 고용 문제는 가이드 몇명이 여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인솔해야 하는 단체 여행 관광시장에서 (유자격가이드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경비를 줄일 목적이나 손쉽게 가이드를 구하기 위해 횡행하던 것이었다"며 "반면 불법 유상운송은 개별관광과 연관이 있다. 제주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통하면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언어와 교통 수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별관광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으로 불법 유상운송 시장이 덩달아 커졌다는 것이다. 이어 이 안내사는 "관광 수익이 도민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사실상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라며 "또 운송 대가도 기형적으로 저렴하다보니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업계는 통계상 보여지는 수치보다 외국인 관광객 불법 유상운송 시장은 더 크게 형성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가용 등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제주 거주 외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단속에 대비해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 받지도 않았다"라고 미리 입을 맞춰버리면 현장에서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현장 단속 만으로 불법 유상운송을 근절하긴 어렵겠지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등 예방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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