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론조사에 생사가 달린 녹지국제병원

[사설] 공론조사에 생사가 달린 녹지국제병원
  • 입력 : 2018. 07.09(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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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들어설 예정인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일명 영리병원)이다. 이 영리병원의 인허가 절차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뒷짐진 채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는 제주도의 행정행태를 보면 가관이다. 정부가 병원 설립을 승인해 지난해 준공까지 마쳤지만 최종 허가권자인 제주도는 세월아 네월아다. 대책없이 시간을 보내다 '공론조사'를 들고 나왔다. 병원 허가를 줄 것인지, 말 것인지 도민공론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이제야 공론조사 수행업체가 선정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 수행업체로 (주)칸타코리아가 낙점받았다. (주)칸타코리아는 서울 소재 3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이 중에는 신고리 원전 공론조사 때 참여한 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칸타코리아는 계약에 따라 늦어도 오는 9월 5일까지 숙의형 공론조사를 마치고 최종 권고안을 제출하게 된다.

당초 제주도의 계획대로라면 도민토론회는 이달 중순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이어 7월 말쯤 휴대폰 또는 집전화를 통해 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1차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도민참여단 200명을 선정한다. 도민참여단은 워크숍과 3~4주간 숙의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음달에는 결론을 낼 예정이다.

특히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의료공공성 강화여서 이번 공론조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의료공공성 강화를 포함한 제도개선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관련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를 추진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자법인의 설립을 제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현 정권에서는 사실상 영리법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쨌든 제주도가 공론조사를 명분으로 정책결정을 차일피일 끌어왔다. 녹지국제병원은 총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47병상(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했다. 각종 의료장비를 갖추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0여명의 의료진도 채용해 개원만을 기다리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지난해 8월 제주도에 개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후 그동안 여섯차례나 인허가 결정이 연기됐다. 이건 정상적인 행정행위가 아니다. 사업계획 단계에서 퇴짜를 놓는 것은 좋다. 문제는 정부의 승인을 받고 시설까지 모두 갖췄는데 기약없이 개원 허가를 마냥 지연시킨다는데 있다. 이럴거면 제주도가 진작에 영리병원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왜 막지 못했는가. 엄연한 행정의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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