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혼디하는 보훈

[열린마당] 혼디하는 보훈
  • 입력 : 2018. 07.04(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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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보훈행사가 이어지던 6월이 지났다. 6월 1일 의병 추모를 시작으로 현충일과 6·25기념일이 이어졌다. 현충일엔 국가유공자들의 목숨 바친 희생에 감사했고, 6·25기념식에서는 시대를 넘어 그 헌신을 기억하고 그에 맞는 예우를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6월 내내 패용했던 나라사랑큰나무 배지는 이같은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고 있다.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제작돼 6월마다 함께 해온 것이 벌써 14년째이다. 배지를 달 때면 두근거림과 두려움을 다시 느끼곤 한다. 막 공직생활을 시작해 맡은 첫 업무가 '나라사랑을 상징하는 배지 제작'이었기 때문이다. 배지제작과 관련 심사와 논의가 거듭되면서 배지의 방점은 디자인보다 의미에 찍혔다. '국가유공자의 헌신', '후손들의 감사', '우리가 바라는 자유와 평화' 이 모두가 구체적으로 배지에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결과 최초의 배지는 지금과 다른 꽤 복잡한 디자인으로 태어났다.

배지의 홍보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데는 난해한 디자인에 대한 어려운 설명 탓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몇 번의 디자인 수정에도 불구하고 배지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 현충일에 대통령이 이를 패용하면서 배지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급증했다.

지난 달엔 나라사랑큰나무를 패용한 도민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동백꽃과 나라사랑큰나무를 나란히 가방에 달고 있는 학생들도 여럿 보았다. 배지의 태생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반갑고 고마웠다.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도 있고 민간의 협력이 절실한 일도 있으며 개인의 노력이 정부의 지원보다 값진 분야가 있다. 사회의 존경과 예우가 큰 의미를 갖는 보훈은 특히 그렇다. 정부 혼자 목소리를 낼 때보다 도민과 함께 할 때 보훈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김정연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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