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선의 현장시선] 몸이 알아채는 평등의식 깨우기

[이신선의 현장시선] 몸이 알아채는 평등의식 깨우기
  • 입력 : 2018. 06.29(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우리가 살다보면 늘 찾아오는 날이지만 그 날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날, 바로 기념일이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 개인적 기념일이거나 스승의날, 환경주간, 한글날 등 국가 기념일 등 다양한 기념일이 있어서 다시금 그 날의 의미를 새기며 뭔가 뜻깊은 일들을 행하게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기념일이 있어 관계를 챙기거나 그간의 행동과 우리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7월 첫 주는 양성평등주간이다. 매년 7월 1~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정한 것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평등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는 반증이어서 썩 반갑지만은 않지만, 이 기회로 함께 생각해보며 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관점을 바꾸는 주간이 됐으면 한다. 양성평등주간은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여성주간'으로 시작돼 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됐다. 여성정책 패러다임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의 실현'으로 전환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성평등주간은 남성과 여성이 조화롭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 양립 실천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제정된 주간으로, 이 기간에는 여러 기관 단체에서 각종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서귀포시에서도 7월 4일 시청대강당에서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7월 6일에는 여성채용박람회가 서귀포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이어서 7월 7일 제주시청 광장에서 양성평등 실천 한마음축제가 진행된다. 이러한 행사들이 당장 우리 사회를 양성평등하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행사로 양성평등 주간을 알리는데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 행사를 통해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문화 확산할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엄청나게 차별하지 않고, 또 내가 차별받고 있지 않다면 평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누구의 관점에서 해석되기에 불평등한건지, 어떠한 문화가 작동하기에 소통이 안 되는지, 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것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건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한 예로 성평등을 주제로 한 펨버타이징 광고 내용을 보면 아이들과 성인들에게 "여자처럼 뛰어보라, 여자처럼 공을 던져 보라"고 했을 때 편견이 없는 아이들은 힘차게 뛰지만, 성인남성과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여성'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처럼 행동했다. 아이들에게 여자처럼 뛰라고 했을 때 그냥 힘차게 뛴 이유를 물었더니 여자처럼 달리라는 말이 '최대한 빨리 달리라'는 말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기성세대와 아이들의 성평등 수준은 단적으로 보여주는 광고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불평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지고 의식화되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참 많다.

평등이라는 의식을 깨우지 않으면. 그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생각하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단지 기성세대에서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청소년들이 우리세대를 보고 배우며 자라서 또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게 된다. 이제 불평등 의식에서 깨어나고 서로가 자유로울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꿈꿔보면서 미래의 내 딸들이, 내 아들들이 서로의 성별 때문에 구속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민감성은 자라지 않는다. 내 의식이 잠깐 흔들리더라도 내 몸이 알아채서 반응할 정도로 우리에겐 양성평등 민감성 훈련이 필요하다. <이신선 서귀포YWCA사무총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96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