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의 한라시론] 효자태풍

[유종인의 한라시론] 효자태풍
  • 입력 : 2018. 06.28(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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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태풍이란 용어는 공식적인 기상용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 뜻은 말 그대로 태풍이 내습해서 효자 노릇을 했다는 의미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집중호우로 인해 도민의 생명과 재산 손실을 주고, 장시간 육·해상 교통이 통제돼 고립되면서 많은 생활에 불편을 준다. 이러한 태풍이 효자 노릇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에서 태풍하면 대표적으로 꼽는 것은 첫째, 인명피해 기준으로 '사라(Sarah, 1959년 9월)', '쉘마(Thelma, 1987년 7월)'이고, 둘째, 피해금액기준으로 '루사(Rusa, 2002년 8월)', '매미(Maemi, 2003년 9월)'이다. 그러나 제주도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준 태풍은 바로 '나리(Nari, 2007년 9월)'이다. 제주도 재해사상 최고의 피해를 입혔다. 반면 효자태풍으로 꼽는다면 선뜻 내세울 수도 없고, 재해를 동반하기 때문에 효자태풍 운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제주도에 가장 피해를 많이 줬던 '나리' 태풍도 많은 강수량과 위대한 물 순환 등 그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10월 아일랜드에 50년 만에 허리케인이 상륙해 10만 가구와 사업체에 정전이 발생했고, 모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1939년 이후 대서양 동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오펠리아'로 인해 더블린 공항은 130여편의 운항이 취소됐으며, 코크 공항 또한 대부분이 결항됐다. 한편, 기차에도 운행 속도 제한이 내려졌고 남부의 일부 노선은 운행이 취소됐다. 그런데 사과 수확기 적기에 허리케인 '오펠리아'로 인해 안부 1명도 안 쓰고 클론멜에 있는 벌머농장의 대단위 사과농장의 사과를 일괄 떨어뜨려 한방에 수확을 끝낸 것이 해외토픽으로 전해졌다. 농장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효자태풍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수에 불과한 효자태풍 사례이다. 태풍은 해마다 막대한 피해를 주곤 하지만 수자원 확보 등 이로운 점도 있다. 즉 강수량으로 가뭄을 해결 해 주고, 스모그 및 미세번지를 몰아내며, 여름철 폭염을 잠재우며, 바다를 송두리째 섞어 주면서 해양생태계에 위대한 순환을 자연스럽게 조성 해 준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태풍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는 엄청나지만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그동안 태풍이 주는 혜택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태풍이 가져다주는 순기능으로는 우선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그리고 해양에서의 적조 발생 억제 등을 경제적 가치로 계산한 결과(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17개를 조사, 기상연구소) 태풍의 경제적 효과는 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의 특성상, 수자원 확보측면에서 약 7100억 원, 대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효과는 918억 원, 양식업에 큰 피해를 주는 적조현상을 억제해 31억 원으로 각각 산정됐다.

이렇듯 이제는 태풍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재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태풍의 순기능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철저한 방재대책을 강구하여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면 어떠한 태풍도 우리의 효자로 삼아야 한다. 대자연의 현상을 인간에게 유익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유종인 민간기상예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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