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오모리를 만나다Ⅱ] 지역의 가치를 키운다(1) 물

[일본 아오모리를 만나다Ⅱ] 지역의 가치를 키운다(1) 물
'천연 정수기'로 거른 암반수 삼다수
  • 입력 : 2018. 06.27(수) 2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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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20m에 위치한 제주개발공사 생수공장. 물 홍보관은 물론 생산공정을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의 한라일보와 아오모리현의 동오일보사는 자매도시인 두 지역의 인적, 문화적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번째 기사교류를 진행한다.

 올해 진행되는 기사교류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양 지역의 우수한 상품과 지역을 지키는 기업을 소개한다. 여기에 동오일보사 기사를 통해 제주도 상품을, 한라일보사 기사를 통해 아오모리현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경제교류까지 교류의 범위를 넓혔다.

 올해 기사교류는 6~12월까지 매월 1회씩 총 7차례 연재된다. 이번 시리즈의 첫 회는 천혜의 자연을 갖추고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한 양 지역의 '물(생수)'를 주제로 진행된다. 양 사는 2번째 기사교류 첫 회를 기념해 독자들에게 이벤트로 해당 생수를 증정할 예정이다. 한라일보사는 오는 9월 개최되는 산방산 트레킹에 참가하는 관람객 100명을 대상으로 '시라카미 산치의 물'을 증정할 예정이다.


1970년대 기점 지하수 개발·이용 추진
난개발 우려 지방공기업만 사업 허가

제주에서 물은 귀한 존재였다. 옛 제주사람들은 식수로 빗물을 받아쓰거나 용천수를 사용해야 했다. 그랬던 것이 1970년대 초반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있음이 확인되면서 지하수를 개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제주는 자연 정화된 양질의 물이 풍족한 곳으로 바뀌게 됐다.

땅 위로 떨어진 빗물은 평균 2~3m 두께의 용암층과 퇴적층이 겹겹이 쌓인 틈을 따라 지하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침투하는데, 땅 위와 지하에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기능이 매우 탁월한 화산송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현무암층을 통과하며 불순물이 깨끗하게 걸러진 암반수가 된다. 제주도 자체를 거대한 '천연 정수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국을 대표하는 생수 '제주삼다수' 역시 자연 환경이 잘 보전돼 있는 한라산의 지하 420m에서 뽑아올린 지하수다.

정부는 생수 사업을 1995년 허용했지만 제주도는 지하수를 제대로 보전하고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의한 개발을 제한하고 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 제주개발공사(JPDC)만이 제주의 지하수를 활용해 생수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제주개발공사는 생수 사업이 허용된 1995년 3월 설립돼 생수공장이 준공된 1998년 총 343t의 '제주삼다수' 를 처음으로 시장에 출하했다.

1년만에 흑자를 기록한 제주개발공사는 차입금을 전액 상환한 이후인 2005년부터 수익금을 제주도에 배당하고 있다. 또 지하수·환경보전 같은 공익사업에 투자하는 등 지금까지 총 2100여억원이 넘는 금액을 사회에 환원했고 수질오염 방지 등을 위해 취수원 주변 토지를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의 경영을 맡고 있는 오경수 사장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세워진 제주개발공사는 도민주거안정·환경보호 등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공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고객에게 행복을, 도민에게는 희망을 드리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채해원기자

'천연 자연 댐' 시라카미 산치의 물
자연·시간이 키워낸 부드러운 물
여행 후 인터넷 통해 상품 재구매

풍요로운 너도밤나무 숲을 품은 세계자연유산 시라카미 산치. 이 숲은 '자연 댐'으로 불릴 정도로 방대한 양의 비와 눈 녹은 물을 보유하고 있다. 물은 나무를 거쳐 지면에 떨어지고 겹겹이 쌓인 부엽토 필터를 통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땅 속에 스며든다. 시라카미 산치의 물맛은 자연과 시간이 키워내고 있는 셈이다.

'시라카미 산치의 물'의 채수지인 숲의 원류.

이 물을 상품화 한 것이 '세계자연유산 시라카미 산치의 물'(이하 시라카미 산치의 물)이다. 이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아지가사와마을의 '시라카미산비스이칸(白神山美水館)' 창업자 오타 시게이치(太田 重一·2012년 별세) 씨는 원래 임업에 종사해 왔다. 하지만 1993년 12월 시라카미 산치가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돼 나무 벌채가 금지되자 1995년 6월 회사를 설립, 이듬해부터 생수를 생산·판매했다.

창업 때부터 회사에 종사한 시게이치 씨의 차남이자 현재 대표이사 사장인 마사미쓰(正光·71) 씨는 "사업을 시작하고 10년 간은 판로 개척 등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시라카미 산치의 물'은 현재 인터넷 판매도 활성화 돼 일본 전국의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소비자 가운데엔 여행 차 들러 물맛을 본 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오모리 현 내와 일본 국내의 출하 비율은 거의 비슷한 정도다.

물의 채수지는 시라카미 산치가 원류이고 아지가사와 마을에 흐르는 아카이시가와 강의 상류에 있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로, 펌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물 10% 미만을 채취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생산량은 하루에 페트병 2ℓ로 6000병에 그친다. 수질은 경도 0.2㎎/ℓ로 무기물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물(초연수)이다. 원수를 가열하지 않고 초극세 마이크로 필터를 통해 여과 제균하여 산에서 길은 물과 같이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영업부장 오타 마사후미(太田 正史·38) 씨는 앙케이트 등을 통해 시라카미 산치의 물이 요리나 커피, 홍차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재료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 초연수의 성질을 소비자가 잘 살리고 있는 것을 실감할 때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고 말했다.

해당 회사는 자연의 은혜를 상품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식목 행사 등의 등에 협력하며 지역 환원에 노력하고 있다. 아오모리=친다 히데키기자

시장점유 1위 '제주 삼다수'
부드러운 물맛·순한 수질 장점
화산암반층의 미네랄 성분 함유

제주삼다수(이하 삼다수)는 1998년 출시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생수시장을 석권했다. 제주삼다수는 출시 한 달 만에 5000t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고, 출시 4개월 째에는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는 '물을 사먹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당시 문화를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기록이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주삼다수 500㎖와 2ℓ 들이 제품.

삼다수는 출시된 지 20년이 된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 고객만족도 1위, 브랜드파워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판매된 양은 818만t으로, 500㎖ 기준 163억6000만병에 이른다. 지난 한 해동안 집계된 삼다수의 판매액은 3240억원이다.

삼다수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이유는 약알칼리성으로 경도가 낮아 물맛이 부드럽고, 바나듐과 실리카와 같은 건강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삼다수의 우수한 물맛은 화산섬이라는 제주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빗물에 포함된 지상의 오염물질은 제주의 천연 화산암반 필터링 시스템에서 모두 제거된다. 대신 화산암반층의 미네랄 성분들을 함유한 경도가 낮은 알칼리 물로 탈바꿈한다.

현재 제주삼다수는 500㎖와 2ℓ 등 2종이 생산되고 있으며, 올해 1인가구와 여성을 타깃으로 한 330㎖와 1ℓ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출시 20주년을 맞아 올해 블루와 화이트, 핑크, 바이올렛의 한정판 패키지도 나왔다. 채해원기자

재료의 맛 살리는 물 '각광'
세계요리학회서 4회 연속 호평

아오모리 현과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홋카이도 하코다테 시(函館市)에서 열리는 '세계요리학회 인 하코다테'에서 '시라카미 산치의 물'은 각광을 받았다. 시라카미 산치의 물은 학회에서 커피 추출용 물로 사용돼 세계적인 요리사,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커피에 적합한 물의 성질로 연수, 무가열, 약산성을 들 수 있으며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물은 많지 않다.

'시라카미 산치의 물'의 생산라인. 하루에 페트병 2ℓ로 환산해 6000병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요리학회는 1년 6개월의 텀을 두고 열리는데 2013년 9월에 열린 제4회 때부터 가장 최근 올 4월 개최된 제7회까지 연속으로 시라카미 산치의 물이 알맞은 물로 선정됐다.

지난 2016년 아일랜드에서 열린 커피 추출 기술을 겨루는 세계 대회 '월드 커피 브루어스컵'에서 아시아인으로서 첫 우승을 거머쥔 가스야 사토시(粕谷 哲) 씨도 시라카미 산치의 물로 정상에 섰다.

가스야 씨는 "시라카미 산치의 물은 커피콩의 상큼한 산미를 낼 수 있다"면서 "깔끔한 맛의 커피를 만들어 내려했을 때 최적의 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시라카미의 물은 지난해 미에현 스즈카 서키트에서 개최된 F1 세계선수권 일본 그랑프리에서는 스위스의 자우버 F1팀의 음료수로도 채용됐다.

시라카미산비스이칸의 오타 마사후미(太田 正史) 영업부장은 "커피와 궁합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커피콩과 함께 판매하기도 하고 있지만 시라카미 산치의 물을 사용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아오모리=친다 히데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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