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억대 건물 매입, 왜 그렇게 서두르나

[사설] 100억대 건물 매입, 왜 그렇게 서두르나
  • 입력 : 2018. 06.27(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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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이 도마에 올랐다.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재밋섬' 건물 매입을 밀어붙이면서다.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수렴이나 의회의 사전협의 등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시 원도심 영화관이 들어선 '재밋섬'을 사들여 가칭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을 조성할 계획이다. 건물 매입비는 2001년 문예재단 개원 이래 적립된 육성기금 170억원 중에서 100억원을 떼어내 사용하기로 했다. 문예재단은 건물주에게 계약금 10억원을 지불하는 등 재밋섬 매입계약도 마친 상태다.

이처럼 100억원을 투입한 문예재단의 재밋섬 매입 계획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는 25일 제360회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태석 의원은 "지방선거 기간에 도의회와 사전 협의 등의 절차도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며 "현재 진행중인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희현 위원장도 "선거기간 도지사 업무 정지상태에서 재단 이사장 혼자 결정으로 일반예산도 아닌 재단기금을 활용해 논란이 많은 건물 매입에 나선 것은 문제 있다"며 "7월 11대 도의회가 출범하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지난달 중순 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 대상 설명회에서도 쓴소리들이 나왔다. 한 예술인은 "예술공간 '이아'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태서 건물을 매입한 것은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도 성명을 통해 "예술인 복지와 청년예술인 발굴, 문화사업 확대 등을 위해 조성해온 육성기금 170억원 중 100억원을 재밋섬 건물 매입에 쓰는 건 문예재단의 월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건물 매입비만이 아니다. 리모델링 비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리모델링 비용이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비용은 제주도가 자체 예산으로 지원한다고 하나 모두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내 문화공간 확보는 문화예술인들의 숙원임을 모르지 않는다. 숙원사업이라고 해서 시간에 쫓기듯 서두르면 안된다.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만큼 문화예술계의 폭넓은 의견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선화 의원도 지난 4월 원도심 관련 토론회에서 의미있는 지적을 한 바 있다. "19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주 원도심의 대표 유적인 제주목관아를 복원했지만 실제 원도심의 브랜드로 가져가지 못하는 부분은 문제"라고. 문예재단이 숙원사업이란 명분도 좋지만 과연 건물 매입이 기금 사용 목적에 맞는지 등 보다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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