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10)에필로그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10)에필로그
"일자리 일변도 정책 아닌 기업의 혁신성·다양성 중시해야"
  • 입력 : 2018. 06.26(화)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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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도민사회의 인식 확산과 제주형 생태계 기반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좌담을 진행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후 저변 확산엔 공감
"지금은 정체기… 지속가능성 위한 질적성장 고민할 때"
엄격한 평가기준 만들어 제주형 모델 적극 육성해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위한 기금 조성·재단 설립도 필요

한라일보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도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도민사회의 인식 확산과 제주형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모색하는 좌담을 최근 한라일보에서 진행했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좌담에서는 강석수 영농조합법인 제주다(茶) 대표, 고진석 제주희망협동조합 상무이사,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 이보교 두리함께 이사 등 도내 사회적기업가들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제주에서 사회적기업을 꾸려가는 이들은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후 도내 사회적경제가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인증제도가 지나치게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윤의 극대화'라는 일반기업의 목표와는 다른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혁신성과 다양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등 현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공공구매가 확산되고 있다지만 여전한 판로난과 마케팅, 자금 조달의 어려움, 제조업 위주의 지원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를 위해 지역사회와 밀착하며 도민공감지수를 올리고, 엄격한 심사기준에 근거한 '제주형 사회적기업' 모델 육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는 "사회적육성법 이후 사회적경제 기업 규모로 보면 10배정도의 양적 성장을 이뤘다. 관련 기업 수 증가로 일자리도 늘었지만 지금은 정체기로 보인다"며 "일자리 위주 정책은 한계를 보일 수 있고, 그동안 양적 성장 위주였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보교 두리함께 이사는 "정부의 사회적기업 관련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만 무게를 두다 보니 딜레마에 빠지거나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목적과 가치라는 측면에선 인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진석 제주희망협동조합 상무이사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협동조합은 기업대출을 받을 때 자본금 한도내에서만 이뤄지는 등 중소기업에 견줘 불리한 점이 많았지만 최근엔 조금씩 변화를 느낀다. 더디지만 앞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지금은 부족한 사회적경제 조직간 연대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명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수 제주다 대표는 "대기업이나 일반기업이 손대지 않는 영역을 어렵게 개척해가는 사회적기업은 여러 면에서 어렵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데 돈되는 기업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려고 한다"며 "평가기준에 재무적 상태만 반영할 게 아니라 사회적가치 창출도 반영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형 사회적경제 생태계 육성과 관련해선 '사회문제 해결'을 공통분모로 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도민공감대를 확산시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경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강 대표는 "외도지역에 물류센터를 열면서 지역 노인들이 1㎞ 넘게 떨어진 마트를 다니는 게 불편하다고 해 마트를 준비중인데 사회적기업이 왜 마트를 하느냐고 하더라. 또 취약계층 종사자가 몇 명이냐는 질문만 할 게 마트를 찾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단 10%라도 지원해줄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대표는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하려면 질적 성장과 함께 제주의 공공성을 실현한다는 공감대 확산 등 운영 철학도 성숙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관 주도를 벗어나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 선도모델을 만들고 훈련과정을 통해 도민공감지수를 끌어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경제활성화의 한 축으로 사회적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현장에선 사회적경제 성장의 동력인 구성원들이 뛰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고 가치 상품·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고 상무는 "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2000만원 상당의 근로자 복지증진지원을 받았다. 직원의 70%가 35세 이하 청년기업이라 회사에 당구대를 설치하겠다니 담당 공무원이 안된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사회적경제 조직 종사자들이 재미있게 일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 이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적기업을 정부지원을 받아서 유지되는 기업 정도로 여긴다.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데 정부지원을 받으니 수수료를 안받아도 된다는 이도 있다. 이는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브랜딩을 잘못한 측면이 크다. 사회적기업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시대에 맞는 사회적기업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관련 복잡한 지원시스템과 일반기업보다 훨씬 적은 사업개발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 대표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디자인 지원 프로그램에 1차 선정됐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사업계획서 제출에 서울에서 대면심사, 컨설팅까지 거쳐서 받는 디자인 지원에서 자부담이 50%(250만원)였다"고 했다. 또 사업개발비와 관련해서도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대산학협력단, 제주경제통상진흥원에서 일반기업은 자부담이 20%인데, 사회적기업은 40%다. 개별 사회적기업마다 각각의 가치를 만들어가는데 행정에선 사회적기업끼리 경쟁을 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표는 "공공구매 확산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지원제도가 만들어지는 점은 환영한다. 하지만 서비스나 관광, 문화 분야는 공공시장 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기업에 제일 어려운 게 판로 마케팅이니 시장공략을 위한 영업조직과 공동브랜드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제주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경제 선도도시 조성을 위한 민선 7기 제주도정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고 상무는 "지금은 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될만큼 성장했지만 2013년 시작할 때는 연 매출이 1억도 안됐고 쓰레기분리나 철을 주워 팔만큼 어려웠다. 물건 배송에 필요한 차량 한대 구입비가 2억원인데 대출이 힘들어 개인명의로 대출받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이제 순이익이 나고 물류센터가 필요한데 10억원을 어떻게 대출받는냐가 최대 고민이다. 땅값만 20억원쯤 필요한 현실이 됐다"며 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 대표는 "민선 7기 4년동안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금 조성과 재단 설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에 맞는 사회적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을 만들고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기업은 제주형 모델로 선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제조업을 꾸리는 사회적기업들은 생산인프라가 취약한만큼 이들 기업을 위한 공동생산시설 확충과 기업들의 현장판매 기반 확대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어떤 기업은 지원을 받으면서 우는 소리를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인식이 정말 중요하다. 사회적기업가도 가치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담 좌장을 맡은 강종우 센터장은 "사회적경제 선도도시를 향한 추진체계 강화를 위해 현재 제주도의 관련조직을 '계'에서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도인재개발원 정규 교육과정에 사회적경제 분야가 개설됐는데 공무원들도 인식하고 체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는 사회적경제가 정부의 인건비 지원 등으로 커왔지만 앞으로는 인건비나 사업개발비 지원 못지 않게 공간이나 자금조달 측면에서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국공유지를 지역주민이나 사회적경제조직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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