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의 문화광장] 상식개정

[이한영의 문화광장] 상식개정
  • 입력 : 2018. 06.26(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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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경 필자가 초등학생 때, 미국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재미교포의 초청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선생님이 잘못한 학생을 체벌하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부모가 자식을 훈육하기 위해 매를 들면 이웃이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러면 경찰이 아동학대로 선생님이나 부모를 체포해 갑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강의를 듣던 수백 명의 청중들이 일제히 놀라움과 어처구니가 없다는 실소 그리고 미국이라는 세상이 말세라는 탄식이 뒤섞여 나왔다. 군사부일체라는 엄격한 유교주의 교육관이 팽배했던 그 시절 매 조차도 사랑이라고 믿고 사랑의 매라 불리던 그 시절 말이다.

당시에는 비행기에도 흡연을 하였다. 비행기는 그 좁은 공간에 격막도 없이 금연자를 배려한답시고 흡연석과 금연석으로 나눠 운행했다. 비행기가 그 정도니 버스나 기차는 말할 것도 없었다. 좌석 뒷면마다 앙증맞은 병따개와 재떨이가 붙어 있었고, 차안에는 콜록콜록 기침하는 아이가 있던지 만삭의 임산부가 있던지 흡연자들은 아무도 이들을 개의치 않았다. 기차나 고속버스에서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손자에게 사서 먹이며 흐뭇한 눈으로 청자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디 이뿐인가 수술실 앞 병원복도에는 수술결과나 출산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는 보호자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로 매캐했고 학교 교무실은 격무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의 흡연으로 책상마다 재떨이가 가득 차 주번이 매일 아침마다 재떨이를 비웠다.

목욕탕에 갈라치면 짓궂은 동네 아저씨들이 고추 얼마나 컸나 보자며 만져보는 것이 일상사였고 초등학교 일,이학년짜리 남자아이가 엄마 따라 여탕 가는 것이 다반사여서 여탕 앞에는 '8살 남아 부터는 여탕 입장 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었다. 복날이 되면 동네 개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다. 동네 건강원에는 개, 고양이는 물론 뱀부터 개구리까지 온갖 보신재료가 산채로 기다라고 있었고 이들은 뱀사탕, 개소주가 되어 보양탕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

위에 나열한 당시는 상식이라고 또는 암묵적으로 상식이라 통하던 당시의 일들이 지금은 엄현히 법으로 다스려야 할 불법적인 범죄행위가 됐다.

어디 이뿐인가? 소년잡지에서 나눠준 책받침 만화에는 서기 2000년이 되면 TV가 총천연색으로 나오고 무전기 같은 선이 없는 전화기가 등장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영상으로 통화를 하며 컴퓨터가 집집마다 있어 일을 도와준다는 설정의 만화가 있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리고 초등학생인 나조차도 그 만화 같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당시에는 학교에서 포스터나 표어도 참 많이도 그리고 지었다. 겨울철에는 불조심 표어부터 식목일에는 나무심기 포스터까지 특히 6월 25일이 되면 으레 학교마다 통일 포스터나 반공 표어 만들기 대회를 하였다. 특히, 반공 포스터에는 어김없이 도깨비 같은 북한군이 나오고 어린 동심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거친 언어들의 표어들이 학교에서 표창장을 탔다 그 때 그 시절 남북한 정상이 포옹을 하고 미국과 북한이 악수를 나누는 세상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정말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어제의 상식이 오늘의 상식이라고 믿는다면 자칫 시대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상식을 점검하고 세대 간의 소통을 통해 재사회화 되어야 한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상식을 업데이트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왔으니 우리에게 상식개정판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한영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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