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계 이 사람] (9)강명순 연갤러리 관장

[제주문화계 이 사람] (9)강명순 연갤러리 관장
"제주다운 갤러리… 배려와 소통의 공간으로”
  • 입력 : 2018. 06.25(월)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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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주년을 맞은 연갤러리의 강명순 관장은 '제주도적인 갤러리'인 연갤러리를 소통과 배려의 공간으로 운영해나가겠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2008년 문 열어 올해 10주년
대관료 동결·수익 욕심없이

개관 이래 430회 넘는 전시
2010년부터는 신진작가 공모
9회 동안 20여명 발굴·지원


그는 지금은 '옛말'이 된 이야길 꺼냈다. 선착순으로 접수받던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을 빌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던 시절 말이다.

"그 무렵만 해도 문예회관 같은 곳을 빼면 전시 공간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죠. 원하는 시기에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전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작가들에게 작업만 하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2008년 10월 강명순 관장이 제주시 연북로에 연갤러리의 문을 연 사연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 속에 첫 걸음을 떼어놓았고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강 관장은 늦깎이 작가로 불리다 '연꽃 화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붙었고 최근엔 제주 전통 초가를 탐색한 '제주의 숨결'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갤러리를 만들며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꿈꿨다.

회화부터 서예까지 제주 작가 70명을 초대해 개관 기념전을 연 이래 430회가 넘는 전시가 연갤러리를 거쳐갔다. 대관 전시만이 아니라 매년 6~7차례의 특별전과 기획전을 마련했다.

2010년부터는 신진청년작가 공모에 나섰다. 지금은 청년작가를 지원하는 장치가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갤러리에서 작가를 발굴해 초대전을 열어주는 일이 드문 편이었다. 제주문예재단 사업 지원을 받은 몇 년을 빼면 갤러리에서 줄곧 비용을 부담했다.

해를 거르는 법 없이 올해까지 9회째 이어진 신진청년작가 공모를 통해 20여명의 '샛별'을 탄생시켰다. 이승수 서성봉 김소라 오기영 신승훈 강은정 고용석 진주아 작가 등으로 제주는 물론 국내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 관장은 전기료 등 최소 경비만 내고 전시장을 쓸 수 있도록 지난 10년 동안 대관료를 인상하지 않았다. 여느 갤러리처럼 작품 판매 수익을 따로 떼어내지도 않는다. 그간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중에서 작품이 '완판'된 적이 몇 차례 있었지만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를 두고 '제주도적인 갤러리'라고 했다. 군더더기 없고 거품이 없는 갤러리라는 의미로 다른 지역에 비해 그림 시장 규모가 작은 현실 등이 반영된 결과다. 강 관장은 작품을 구입하고 행복해하는 관람객이 하나둘 늘어가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10년을 무탈하게 견뎌왔지만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카페 등 전시 공간이나 작업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 구조를 바꿔 연갤러리에 발을 디딘 방문객들이 작지만 다양하게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방안 등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

이제 또 다른 10년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공간 운영을 이어가고 싶다"는 강 관장은 "작가들에게 연갤러리가 배려와 소통의 공간으로 남아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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