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편집국 25시] 위기의 '상아탑'

[백금탁의 편집국 25시] 위기의 '상아탑'
  • 입력 : 2018. 06.21(목)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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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서 유래한 '상아탑'은 코끼리가 죽어 남긴 상아로 이뤄진 탑이다. 속세를 떠나 조용히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러한 상아탑에서 최근 교수의 성폭력 미투(Me too) 사건에 '갑질' 교수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꼬리를 물며 제주대가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인권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대학은 여전히 고루한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것도 최근 청년실업으로 학생들을 옥죄는 가운데 취업과 학점을 빌미로 일부 교수들이 갑질과 폭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자행하며 제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최근 졸업을 앞둔 멀티미디어디자인과 학생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전공 교수의 상습적인 갑질과 폭언·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며 학교 측에 파면을 촉구했다. 여기에 해당 교수의 자녀와 관련, 공모전 수상 내역에 이름 끼워넣으라는 지시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이 이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 내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20일 사과 및 입장 표명문을 통해 정제되지 못한 언행에 대해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대학 인권센터의 조사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제주대에서는 올해 초 현직 교수들이 자신의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으며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학교 측은 파면 요구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결국 피해 학생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번 갑질 교수 논란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해당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 배제와 학생들과의 접촉금지를 내렸다. 하지만 '솜방방이' 처벌에 그친다면 또다른 유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올바른 대학문화가 세워지길 바란다. <백금탁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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