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9)사회적경제로 지역을 바꾼다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9)사회적경제로 지역을 바꾼다
청년들, 침체된 원도심에 활기를
  • 입력 : 2018. 06.19(화)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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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협동조합은 춘천시 근화동의 폐업한 여인숙을 빌려 리모델링한 '봄엔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터미널 이전 후 유동인구 감소로 생기를 잃은 원도심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동네방네협동조합, 터미널 이전한 춘천 근화동서
오래된 여인숙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로 변화 모색

강원도 춘천 공지천 인근의 근화동은 2002년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하기 전만 해도 춘천을 찾는 젊은 여행객 등 유동인구로 북적이던 도시다. 30년 가까이 운영됐던 터미널 인근으로 각종 음식점과 상가는 물론 여관·모텔 등 30여곳의 숙박시설도 빼곡하게 들어서 성업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문닫은 여관이 10곳이 넘고, 그나마 영업중인 곳들은 건설노동자들의 월셋방으로 바뀌었다.

그 여관촌 초입에 자리잡은 '봄엔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도록 문닫았던 여인숙을 개조해 변신시킨 독특한 사연을 품은 공간이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려가는 이들은 춘천의 청년들로 구성된 동네방네협동조합(대표 조한솔)이다.

조 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한림대에 진학하면서 춘천사람이 됐다. 2011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강원권역 창업팀으로 참여후 2012년 '동네방네'라는 단체를 만들어 처음 시도한 사업은 여행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는 공정여행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저 평범한 일반여행사로 인식하는 데 회의를 느꼈고, 여행으로 지역으로 들어가 변화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시선을 둔 곳이 상권이 쇠락한 여관촌이었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2013년 동그라미재단에서 지역의 착한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2000만원은 5명의 청년 활동가들이 출자금 형태로 대출받아 우중충한 공간을 젊은 감각으로 변신시켰다. 그 즈음 협동조합으로 전환 설립 절차도 밟았는데, 조합원들은 지역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한림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동네방네협동조합이 폐업한 여관을 리모델링한 봄엔게스트하우스 내부 모습 문미숙기자

"봄엔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연 2014년만 해도 춘천엔 게스트하우스가 드물었는데,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동네에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거의 만실로 1년에 4000명 안팎이 방문하고 있다"고 조 대표는 말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작년까지 투숙객들에게 숙박비 2만원 중 3000원을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사업도 진행했다.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종의 바우처로, 3년간 4000만원정도를 지역에 되돌렸다고 했다.

젊은 청년 5명이 뭉친 게스트하우스의 실험으로 지역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조 대표는 "사업 초반엔 여관끼리의 협업도 생각해 주인들을 찾아다녔지만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의 활동을 지켜본 여관주인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라고 했다.

동네방네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 관광상품 확산을 위해 강원도와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여행정보 플랫폼인 콜센터 '모락모락'에도 참여하고 있다.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에 특화된 코스를 발굴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데 춘천의 동네방네협동조합과 원주의 길터여행협동조합, 강릉의 (주)커뮤니티워크, 속초의 강원도협동조합 감자 등 4개 기업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올해부터는 여행보다 숙박에 더 무게를 두고 집중할 생각이다. 지역 숙박업이 활성화되면 사회적기업에 세탁물을 맡길 수도 있고, 자활에서 운영하는 빵집이랑 연계할 수도 있는 방법도 고민중"이라는 조 대표.

이렇게 동네방네협동조합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지역의 청년기업가들이 원도심의 공동화 등 지역이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며 변화를 고민하고, '함께의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착한기업 상품 '강원곳간'으로 알린다
사회적경제 기업 우수제품 20개 매장에서 선봬
영세업체 상품 판로난 해소와 자생력 강화 차원
2014년 매출 2억여원에서 2017년엔 11억원 넘어

'강원곳간'은 강원도와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다.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인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홍보와 마케팅에 능숙하지 못해 겪는 상품·서비스의 판로난 해소와 자생력 강화를 위해 201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인 '강원곳간'은 올해 2월 열린 평창올림픽 기간에 올림픽 주요 시설에서 선보여 제품을 홍보·판매했다. 사진=사회적기업 '소박한 풍경' 제공

숍인숍(Shop in Shop·매장안의 또다른 매장) 형태로 1호점인 춘천생협 퇴계매장을 시작으로 꾸준히 매장수를 늘려 현재 강릉, 춘천, 원주, 횡성, 평창, 속초 등 강원 전역 20곳에서 오프라인 숍인숍을 운영중이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일반매장에서 같이 선보이는 게 경쟁력 측면에선 더 낫지만 일반매장의 높은 수수료 부담에 숍인숍 매장을 택했다. 2015년부터는 강원곳간 온라인쇼핑몰도 운영, 90여개 참여기업의 200여가지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에 위치한 커뮤니티카페 쿱박스(COOP-BOX)에서 강원도사회경제지원센터 안호범 판로지원팀장과 사회적기업 (주)소박한 풍경의 지은진 대표를 만나 강원곳간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소박한 풍경은 강원곳간의 온·오프라인 쇼핑몰 운영과 홍보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다.

쿱박스는 강원곳간의 6번째 숍인숍으로, 협동(Cooperation)과 사회적기업 제품의 전시공간인 상자(Box)의 합성어다. 공정무역 커피와 유기농 먹거리를 판매하는 카페안에서 다양한 사회적기업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강원곳간의 가장 큰 역할은 사회적경제 제품을 알리는 채널이란 점이다. 사회적경제 기업들 대부분이 규모가 작다 보니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릴 콘텐츠조차 구축 못한 경우가 많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 등 모니터링은 더욱 엄두를 못내는 게 현실이다.

"강원곳간을 운영하다 보니 정말로 더 팔아주고픈 마음이 들게 꼼꼼하게 준비하는 기업들도 더러 있지만 제품의 포장서부터 납품·정산까지 전반적으로 취약한 부분들이 드러났다"는 지 대표는 "제품에 대한 더 많은 판매경험을 쌓으면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 대표는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강원곳간의 운영을 위탁받았지만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홍보 마케팅과 전시회·박람회에 나가 강원곳간을 알리는 일까지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인다. "강원곳간을 사회적경제의 자산이 되게 키우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안 팀장은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에는 4명으로 구성된 판로지원팀을 꾸려 강원곳간 입점기업의 제품의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노력이 사회적기업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팀이라는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강원곳간의 매출도 해마다 증가해 2014년 2억1200만원 수준이던 것이 2015년 3억3000만원, 2016년 7억7400만원에서 2017년엔 11억원을 넘어섰다. 또 2017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전국의 만 16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초 상기도, 보조인지도, 마케팅 활동, 브랜드 선호도 등을 설문조사해 선정된 결과다.

이렇듯 외적지표만 놓고 보면 강원곳간의 성적표는 꽤 훌륭해 보이지만 적잖은 숙제도 동시에 던져줬다고 지 대표는 말한다. "매장 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증가했지만 재고 부담에다 숍인숍이 늘어나면서 총판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매년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성과"라고 했다.

강원곳간의 내실을 다지는 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숍인숍은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한 인식 확산 등 홍보효과는 가져다줬지만 수익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비즈니스모델로는 한계를 실감하고 있어서다.

강원곳간은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강원곳간 17호점으로 문을 연 휘닉스평창과 함께 올림픽기간 강릉역과 오대산 월정사 등 올림픽 주요시설에도 설치 운영해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들을 홍보·판매하는 기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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