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학대 심각, 동방예의지국이 부끄럽다

[사설] 노인학대 심각, 동방예의지국이 부끄럽다
  • 입력 : 2018. 06.18(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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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노인들이 학대까지 당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식들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어서다. 노령화시대를 맞아 노인학대가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7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총 1만330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학대로 판정한 것은 4622건이다. 2016년(1만2009건·4280건)과 비교해 신고건수는 10.8%, 학대 판정은 8.0% 각각 증가했다. 4년 전인 2013년(1만162건·3520건)과 비교하면 신고건수와 학대사례 모두 31% 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노인학대 4622건 중 89.3%(4129건)가 가정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0건중 9건이 가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는 2016년 3799건과 비교해 8.7%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의 현황조사를 보더라도 매년 예외없이 가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가정내 노인학대 건수가 4000건을 넘어섰다.

제주지역도 마찬가지다. 노인학대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도내 2곳의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 건수는 2014년 69건에서 2015년 72건, 2016년 81건, 2017년 98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노인학대 관련 신고건수도 2014년 109건에서 2015년 125건, 2016년 152건, 2017년 208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제주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이들 건수는 정식 접수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가 좁은 제주 특성상 학대가 발생해도 피해자 스스로가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혈연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신고하지 못하거나 가족사를 남에게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노인학대 원인은 고령화사회와 치매환자에 대한 장시간의 병 시중에 따른 스트레스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고령화와 핵가족화, 치매 등 노인병의 급증으로 노인학대는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인학대 예방의 날'(6월 15일) 지정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바로 고령화의 영향으로 노인학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생겨난 조치다. 노인학대는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범죄임을 알려나가야 한다. 더이상 노인학대를 미온적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 신고에만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경찰과 관련기관이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인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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