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원희룡·민주당 김우남 선거 야합 의혹 증폭

무소속 원희룡·민주당 김우남 선거 야합 의혹 증폭
金 경선 당시 핵심 참모진 대거 元 제2캠프 활동
주택가 골목 안쪽 홍보현수막도 없는 선거연락소
원 출구조사 발표 후 제일 먼저 찾아가 감사 인사
민주당원들 "김·원 대국민 사기극" 수사의뢰 촉구
  • 입력 : 2018. 06.17(일) 15:12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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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김우남 전 의원이 야합했다는 의혹이 증폭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우남 전 의원이 경선 패배 후 처음으로 6월 7일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열린 문대림 도지사 후보의 유세장에 나타나 연설 직전 포옹하는 모습.

"정당정치 근간 뒤흔들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도"

김우남 "나와 상관 없는 일" 야합 의혹 전면 부인


지난 6월 13일 오후 6시 선거종료 직후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자택에서 휴식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원 후보는 이날 오후 7시쯤 제주시 도남동 소재 선거연락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원캠프 강영진 공보단장은 투표 종료 후부터 원 후보가 주 선거사무소에 도착한 오후 9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원 후보의 동선은 개인일정이어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 민주당 '한팀' 효과 전무

 6.13지방선거 초반만 해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민주당 경선에서 문대림 후보가 도지사 선거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4월 19~20일 한라일보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41.3%)는 원희룡 후보(31.0%)에게 10%p 앞섰다. 그러나 이후 당내 갈등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문 후보의 경선 맞상대였던 김우남 후보(전 국회의원·중앙당 선대위원장)가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는데도 경선 결과에 불복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심지어 김 후보는 '한팀'으로 가자는 문 후보의 제안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옥에 가자는 것이냐"고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김 후보 경선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이 함께해 집단 반발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내 갈등이 깊어지고 '한팀'이 요원해지면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와 원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라일보 등이 5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44.3%)가 문 후보(42.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두 후보간 격차는 더욱 커져갔다. JTBC가 5월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2%p, 뉴스1제주가 6월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0.6%p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어 한라일보 등이 6월 4~5일 실시한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원 후보(43.9%)와 문 후보(31.5%)의 격차가 12.4%p로 이번 선거기간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선거 결과 원 후보(51.7%)와 문 후보(40.0%)의 차이는 11.7%p로 나타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선거를 6일 앞두고 전격 문대림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 김우남 후보의 '한팀'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문 후보에게는 중앙당의 스타급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한 매머드급 유세 지원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등도 호재였다. 경선 때부터 본선 때까지 줄기차게 이어진 도덕성 문제도 후보 진영간 논평·성명전에서 드러나듯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 원 후보에게는 관권선거 의혹이 제기됐으며, 불법 가족납골묘 조성 문제와 함께 선거 전날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방위원장을 향한 '또라이' 발언 등의 악재가 속출했다. 이렇게 김우남 후보의 '한팀' 합류를 전후한 시점부터 선거일 직전까지 문 후보에게는 호재, 원 후보에게는 악재가 이어졌지만 표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 원희룡 제2캠프=김우남 경선캠프?

 투표 종료 직후 8.5%p 차이로 앞섰다는 출구조사 발표에 이어 개표결과가 나오면서 일찌감치 원희룡 후보의 당선을 사실상 확정하는 분위기였다. 문대림 후보 캠프에 몰려있던 지지자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해 오후 7시쯤 캠프는 이미 파장 분위기였다. 이때 문캠프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희룡 후보측의 불법선거사무소로 보이는 곳이 발견됐다는 제보였다. 당시 현장을 처음 목격한 A 전 도의원은 "전기자동차를 탄 원희룡 후보가 한 건물 앞에 도착해 나를 보더니 건물 4층의 사무실로 피해 들어간 뒤 '여러분이야말로 이번 선거의 공로자'라고 치하를 하자 모인 사람들이 '원희룡!'을 연호했다"며 "집회가 끝나고 원 후보가 돌아간 뒤 건물에서 20여명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 약 15명이 민주당 제주도당 상무위원 등 주요 당직자와 김우남 후보의 경선캠프 재무총책임자로 알려졌던 친인척, 김 후보 전 보좌관 등 평소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우남 후보는 이후 "재무책임자는 엄청난 영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며 "나는 재무책임자를 임명한 적이 없다"고 알려왔다.

 문제의 현장은 원희룡 후보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신고한 선거연락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 후보는 주 선거사무소 외에 각 국회의원 선거구(제주시 도남동과 노형동, 서귀포시)별로 3개의 선거연락소를 신고했으며, 이번 도지사 선거 후보 중 유일하게 도남동과 노형동 연락소의 전화번호를 신고하지 않았다. 더구나 도남동 연락소는 일반적인 선거연락소와 달리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자리해 시각적인 홍보효과가 전무한데다 건물 외벽에는 선거사무소임을 알리는 간판이나 홍보현수막도 찾아볼 수 없었다. A 전 의원은 "건물에서 나온 민주당 주요 당직자 중에는 문캠프를 드나들던 사람도 있었다"며 "이 때문에 무소속 도지사 후보가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을 매수한 것으로 보이는 현장으로 추정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A 전 의원은 현장에서 말싸움도 벌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전 의원은 "그들에게 적폐청산의 기치를 들고 나아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 핵심들이 어떻게 적폐의 잔재세력인 원희룡 선거운동을 할 수 있냐고 외쳤더니 '후보를 잘못 뽑아서 원희룡을 밀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경찰과 선관위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신고된 합법 선거연락소임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A 전 의원은 이후 SNS에 '음모와 배신의 끝판왕, 부정한 원희룡의 외인부대가 존재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동지들이여 민주당으로 돌아오라고 외치던 김우남의 연설에 감동해서 울컥거리던 내 자신이 미워지면서 뱃속부터 구역질이 올라왔다"며 "문대림이 불쌍해진다.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원팀이 완성됐으니 승리할 거라는 김우남의 말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환호가 기적소리처럼 멀어져갔다. 아 이 기막힌 왜곡과 위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탄식했다.

# 김우남 야합 의혹에 "금시초문"

 현재 민주당 제주도당 내에서는 민주당 도지사 경선에서 패배한 김우남 후보가 무소속 원희룡 후보와 야합한 것이라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당원은 A 전 의원이 글을 올린 SNS에 "당원을 기만하고 속인 관계자들을 찾아내서 엄벌해야 한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원도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적행위로 선거 승패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는데, 즉각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규명하고, 선거법 위반 여부도 검토하라"며 "패배의 결정적 원인 제공이라면 수사기관에도 의뢰해 위법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아군의 적질에 총질한 것"이라거나 "여론조사 때마다 당내 원희룡 지지율이 27% 이상 나왔던 이유가 드러났다"는 등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는 경선 후 '한팀' 구성은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낸 민주당 도당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당원은 "기억을 되살려보면 도당에서도 진짜 몰랐을지 의문"이라며 "김우남 전 의원 혼자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고 위성곤 도당 위원장의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위성곤 도당 위원장은 SNS를 통해 "김우남 의원과 다수의 당원들은 도지사 선거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문 후보와 도의원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면서도 "상대 후보를 도운 해당 행위자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신고접수하고, 경중을 가려 징계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행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우남 후보는 한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아는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알다시피 온갖 사람들의 비난을 무릎쓰고 한차례도 아니고 대여섯차례씩 문 후보를 위해 유세한 사람이 그렇게 했다고 하면 말이 되겠느냐"며 "내가 거기(원희룡 후보 선거연락소)에 갔다고 하거나 알고 있다고 하거나, 형제간에도 내 지시 없이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했다. 요즘 그게 가능한 시대인가"라고 야합 의혹을 부인했다. 김 후보는 이어 "나는 당원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없다"며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 정치적 선택은 본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다. 나는 (유세에)가서 분명히 당원 여러분 내 잘못이니 돌아와달라고 말했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선거일 'D-1' 수상한 문자메시지

 민주당 제주도당은 공식선거일이 시작된 지 3일째인 6월 2일 오후가 되어서야 보도자료를 통해 "김우남 전 최고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한팀'을 완성시켰다"며 "4일 문대림 후보 캠프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대위에 참석 후 문대림 후보의 필승을 위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팀' 합류 사실을 알렸다. 문캠프도 이날 성명을 통해 "김우남 전 최고위원께서 큰 결단을 해주셨다"며 "'완전한' 더불어민주당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기사화되자 김우남 경선 캠프 당시 고유기 대변인이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보도자료 내용과 당에서 얘기하는 게 약간 온도차가 있다"며 "문대림 캠프에 가는 게 아니라 동의는 없었지만 중앙당 선대위원장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어려운 도의원들을 위해 최소한 당인으로서 몫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당과 다른 입장임을 알렸다. 실제 김우남 선대위원장은 민주당 도당이 밝힌 것과 달리 4일 문캠프에서 열린 중앙당 선대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원캠프는 문대림 후보가 공약으로 제정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무지개 연정' 구상을 발표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을 남겼다. 원캠프는 5월 28일 강영진 공보단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문 후보는 당내 경선 상대진영과도 손을 잡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정치세력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가"라고 공격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민주당 중앙당의 '평화철도 111 유세단'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에 투입되는 문캠프 선대위 출정식을 3일 앞둔 시점이었다. 김우남 후보의 '한팀' 합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던 시기에 '민주당 내 갈등'을 비판할 수 있었던 자신감은 김우남 경선 캠프 관계자들의 원캠프 합류에서 나온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원희룡 후보측이 선관위에 신고한 도남동 선거연락소 설립일이 바로 강영진 공보단장 명의의 논평이 발표된 5월 28일이다.

 김우남 후보와 동향인 관련 향우회 관계자는 선거를 하루 앞둔 6월 12일 김 후보 모교의 동문회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여러분 D-1일입니다. 상대방측이 조급해진 모양입니다. 김우남 선배님을 거론하며 문대림에게 투표하라는 모 선배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뜻은 변함 없습니다." 이 문자메시지만으로는 동문회와 김우남 후보 간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해서 김우남 후보는 "나는 (경선에서)패배한 후에 아직까지 내 입장을 담은 문자를 단 한자도 보낸 적이 없다"며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갈 일이 있으면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선거 결과에 대해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일 텐데 그것을 (내가)막았다는 생각은 안하느냐"며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후보도 아닌데, 선거 결과는 도민이 판단할 몫이지 내가 책임질 몫은 아니다. 그런 것이 질문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 원희룡 "도민들이 마음 열어준 것"

 6.13지방선거 최종 개표 결과 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전체 투표수의 40.0%인 13만7901표를 얻었다. 정당 지지율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광역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은 18만5218표(54.25%)에서 4만7317표가 이탈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당원과 문대림 후보측 관계자들은 문 후보와 원 후보의 표 차이가 4만354표였던 것을 근거로 김우남 경선 캠프에 있던 당내 핵심세력들이 원 후보측에 당원명부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문대림 후보측 관계자는 "직전 도당 위원장을 지낸 김우남 후보측의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경선 때 모았던 당원 명부 등의 데이터를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당을 통채로 넘긴 것"이라며 "당헌당규 위반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밝혀내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든 이번 사태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라일보는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도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앞서 원 지사는 선거일 다음날인 14일 오전 도지사 당선인 및 도지사 자격으로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기자 간담회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짧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예상 밖 큰 승리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 지사는 "결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선거기간 비판 내지는 불만을 제기한 것은 겸손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잘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게 도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도민들이 중간에 실망하고 소통에 대해 답답했던 부분에 대해 마음을 많이 열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과정 우여곡절은 여러 기자분들이 분석하셨기에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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