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예멘인 400명이 몰린 까닭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예멘인 400명이 몰린 까닭은?
14일 난민 신청자 대상 '어업 관련 취업 설명회' 개최
최대 170명 일자리 구할 듯… 오는 18일에는 '요식업'
"내국인 일자리 잠식하지 않는 범위서 취업허가 낼 것"
끼니도 어려운 상황… 생계·주거난 일정부분 해결될 듯
  • 입력 : 2018. 06.14(목) 16:45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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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실시하는 '어업 관련 취업 설명회'에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송은범기자

"예멘으로 돌아가면 군대에 징집되거나 폭탄에 맞아 죽을 거에요. 내전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제주에서 일을 하며 머물고 싶어요. 예멘에서 가져온 돈을 모두 써버렸거든요." 예멘 난민 신청자 나자(26)씨.

 1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는 무려 400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 곳에 모인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한 곳에 모여 인권·종교단체에서 마련한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바닥에 천을 깔아 무릎을 꿇고 종교의식을 행하기도 했다.

 살레(29)씨는 "출입국·외국인청이 예멘 난민 신청자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소식을 SNS 상에서 확인하고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갖고 있는 돈이 모두 떨어져 숙박비가 밀리고 계란이나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해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어업 관련 취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도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 관계자들이 최근 제주에 무더기로 들어온 예멘인들의 소식을 듣고 먼저 취업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약 170명의 예멘인들이 양식장과 어선 선원으로 취업하게 되며, 오는 18일에는 요식업 관련 취업 설명회가 이어진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난민 신청을 하면 심사기간인 6개월 동안은 취업이 제한된다"며 "하지만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생계·주거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채용하겠다는 분들이 나타나 이례적으로 취업 허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는 범위에서 취업 알선 및 허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예멘 난민 신청자를 돕고 있는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소속 크리스티나 수녀는 "이번 취업을 계기로 예멘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취업에 따른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그동안 질병이 있어도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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