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투표, 그리고… 피말리는 개표

차분한 투표, 그리고… 피말리는 개표
[제주 투·개표 이모저모]
  • 입력 : 2018. 06.14(목)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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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체육관에서 진행된 개표 모습. 강희만기자

투표소 잘못 찾아 헛걸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투표소를 잘못 찾아 우왕좌왕하는 유권자들도 종종 목격.

이날 오전 제주시 아라1동 아라동제1투표소를 찾은 이모(39)씨는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야 사전투표와 달리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

이씨는 "집으로 온 투표안내문을 읽지 않아 아라동 내 투표소면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한 줄 알았다"며 투표 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뒤늦게 지정된 투표소로 발걸음을 돌려.

"교육의원? 누군지 몰라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에도 교육의원에 대한 일부 유권자들의 인지도는 여전히 떨어져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증명.

이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오전 9시30분쯤 제주시 노형동 노형8투표소를 찾은 강모(33)씨는 어떤 점을 보고 교육의원을 뽑았느냐는 질문에 "사실 투표지를 받고도 누가 누구인지 몰라 기표소 안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교육의원 후보들의 얼굴을 확인한 뒤 인상이 좋아보이는 후보를 뽑았다"고 한마디.

또 다른 투표자는 "교육의원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같다"며 "사실 투표 용지를 보고서야 후보들 이름도 알았다"고 언급.

아침부터 줄 지어선 투표장 모습.

"좋은 공약 제시한 분 찍었다"

○…제주시 백록초등학교 별관 로비 1층에 마련된 노형동 제9·10투표소는 아침 일찍 투표를 끝내고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자녀와 함께 투표소를 찾거나, 인증샷을 찍는 유권자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

한 부녀는 투표소 입구까지 가는 와중에도 선거공보물을 손에 쥐고 공약을 살피며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토론.

50대 남성 A씨는 "도지사는 이미 점찍어 놓은 후보가 있는데 교육감은 잘 몰라서 지금 공보물의 공약 보면서 딸과 함께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투표 후 "조카들 상황을 생각해서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를 선택했다"고 귀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87세 할아버지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50대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아 한표를 행사.

마라도 유권자 절반 사전투표

○…국토 최남단 섬인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유권자 102명 가운데 실제 거주자 40∼60여명 중 절반 가까이만 8~9일 사전투표에 참여.

이에 따라 사전투표를 못한 주민들은 여객선 편으로 모슬포항으로 나와 대정여고에 마련된 대정읍 제8투표소에서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

마라도를 제외한 비양도와 추자도·우도·가파도 등 다른 제주의 부속도서에는 섬 안에 투표소가 마련돼 주민들이 큰 불편없이 투표를 진행.

개표사무원 격려도 잇따라

○…제주시 지역 개표작업이 진행된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은 순조로운 개표작업을 위해 틈틈이 428명의 개표사무원을 격려.

김창유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장내를 돌아다니면서 "투표지 분리기 비싼 겁니다. 가만히 두지 마세요", "작은 도의원 투표함으로 확 바뀌었다. 힘내자" 라며 센스있는 멘트로 고된 작업에 지칠 법한 개표사무원들의 분위기를 환기.

그럴 때마다 개표사무원들은 일순 웃음을 터뜨리며 기운을 내는가 하면 잠시 한숨을 돌리려 개표장 밖을 나갔던 일부 개표사무원들은 김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급하게 장내로 복귀.

선거캠프 관계자 개표장 출입 안간힘

○…13일 자정 도의원 개표가 본격화되자 개표 상황을 현장에서 참관하기 위해 제주시내 지역구 도의원 선거 관계자들이 개표장으로 몰리면서 과열양상.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 1층 개표장은 참관인으로 등록돼 '개표참관인' 조끼·비표를 착용한 자만 입장해 개표과정을 지켜볼 수 있지만 일부 도민들은 비표 없이 개표장에 출입했다 제주시선관위 직원들로부터 주의를 듣기도.

일부 도민들은 개표관람증 비표를 받고 한라체육관 1층 개표장이 아닌 2층 관람석에서 개표과정을 지켜봤다. 그중 일부가 특정 지역구 투표함을 먼저 개표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제주시선관위 관계자가 "참관인들은 개표사무원들의 사무를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방송을 하기도.

온평리 무더기 무효표 나온 사연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성산읍 제5투표소) 투표함을 개표한 결과 도지사 투표 용지에서 무더기 무효표가 나와.

성산읍 온평리 유권자 888명 중 494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도지사 투표 용지에서 148표가 무효표로 분류된 것.

한편 제2공항반대 온평리비상대책위원회는 6·13 지방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개발위원회의 등을 거쳐 '6·13 지방선거 중 도지사 선거 거부합시다'라는 도지사 선거 투표 거부 및 무효화와 관련된 내용의 메시지를 주민들과 공유.

무효표 투표용지.

"투표장 발걸음 아까운 무효표"

○…6·13지방선거 제주시 지역 개표 작업이 이뤄진 13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무효표가 속출.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 5명 모두에게 투표한 용지가 있는가 하면, 어떤 후보도 뽑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후보자 칸을 교묘히 비켜나가 여러차례 도장을 찍느라 정성(?)들인 투표용지도 발견.

한 참관인은 "기껏 투표하러 와서 이런 식으로 기표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투표장에 발걸음한 것이 아깝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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