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부 고위공직자 선거운동 개탄스럽다

[사설] 일부 고위공직자 선거운동 개탄스럽다
  • 입력 : 2018. 06.12(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관권선거의 망령은 뿌리뽑을 수 없는 고질병인가. 지난달 제주도청 간부공무원의 선거개입으로 이미 관권선거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특정 도지사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영상을 SNS에 공유하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도청 간부공무원의 선거개입 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당사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가운데 이번에는 제주시장의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한라일보가 입수한 '본청 실국 직원과의 간담회 계획'이란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제주시는 6월 7일부터 선거일 하루 전인 12일까지 각 실·국별로 전 직원이 참석하는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제주시는 5월부터 26개 읍·면·동에 대한 전 직원 오찬 간담회도 모두 마친 상태다. 제주시 총무과에서 작성한 문서로 추정되는 이 자료에는 각 실·국별 7회의 오찬 간담회 일정과 함께 간담회별 참석 인원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오찬은 6개 음식점을 순회하면서 진행하고, 비용은 총무과에서 처리하고 있다. 특히 이 자료의 비고란에는 '시장님 식사'와 '부시장님 식사(시장님 방문인사)'라고 명시돼 고경실 시장이 간담회 때마다 참석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실제 고 시장은 모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격려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공무원 조직의 경우 과 및 실·국 단위로 워크숍 등을 위해 종종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연말 또는 연초에 새해 업무계획 수립을 위해 실·국장 주재 하에 연찬회 형식의 실·국 회의를 갖는다. 문제는 이번처럼 5~6월에 걸쳐 간단회를 개최하거나 시장이 직접 참석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도 하필 6·13지방선거 국면에서 시장이 읍·면·동과 실·국별로 공무원을 집합시켜 간담회를 열어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공무원 내부에서조차 조직적인 관권선거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도지사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비판이 공직내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지난달 17일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에도 극히 일부 현직 공무원은 개인의 안위를 위해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도지사 권한대행인 전성태 행정부지사도 지난달 14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언행으로 인해 오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제주시장을 비롯한 도청 일부 국장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고위공무원들이 버젓이 대놓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93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