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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제주어 시집 '굴메' 양전형 시인
"제주어 쓴다고 다 제주어 시 아닐 것"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6.07.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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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제주어 시집 '허천바레당 푸더진다'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양전형 시인이 얼마 전 세번째 제주어 시집을 냈다.

육성·보전 조례 제정된 해부터
문학이 할일 찾아 제주어 창작

'허천바레당…'은 스테디셀러


제주로, 제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즈음엔 제주어가 경쟁력이다. 광고 카피, 가게 간판, 캐치프레이즈 등에 제주 방언이 넘실댄다.

하지만 왁자해질수록 수다해지고 금세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쏟아지는 제주어 시편도 그런게 아닐까. 제주어 말고 문학성에도 방점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제주어 시집을 낸 양전형 시인도 그 점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제주어로 쓴다고 다 제주어 시가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놀게기가 꿈인 자치버렝이/ 고부렷닥 페왓닥/ 감귤썹 지럭시 재는 어이/ 머쿠실생이가 화륵기 좃안 놀아가고// 어느제산디 돋을 놀게기 셍각허는/ 예순 넷 삼복더우'('놀게기'중에서)

표준어로 날개를 의미하는 제목을 단 시다. 여러 독자들을 위해 바로 아래 덧붙여놓은 표준어 시를 소개하면 이렇다. '날개가 꿈인 자벌레/ 구부렸다 폈다/ 감귤잎 길이를 재는 사이/ 직박구리가 재빠르게 쪼아 날아가고// 언젠가 돋칠 날개 생각하는/ 예순 넷 삼복더위'.

'굴메'('그림자'라는 뜻)라는 표제부터 해석을 요하는 시집엔 1953년 오라동 출신인 시인이 줄곧 제주에서 살며 사용해온 제주어로 적은 70여편이 담겼다. 2014년 제주도에서 만든 제주어표기법에 근거해 써나간 시들로 시간은 가는 게 아니라 오는 거라 노래하고, 죽자사자 자신만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며 유한한 생을 새삼 느낀다.

시집 곳곳 제주어가 아니면 그 정서를 전하기 어려운 어휘들이 있다. 속솜헌 냥, 왕왕작작, 궤양궤양, 돌싹돌싹, 펀두룽헌 등 아래아 모음을 이용해 표기하면 그 형상만으로 제주 땅에서 길어올린 풍경이란 걸 일깨운다. 이같은 이유로 표준어로 옮기는 작업은 또 다른 창작이었다. 맞춤하게 대응하는 표준어가 없어 애탄 일이 많았다.

양 시인은 1996년 이래 여덟 권의 시집을 냈다. 그 중 세 권이 제주어로 쓰여졌고 2008년 발간한 첫 제주어 시집 '허천바레당 푸더진다'(한눈팔다간 넘어진다)는 2015년 제주시 한 책(one book)에 뽑혔다. 이 시집은 5판까지 찍었다.

2007년 제주어 육성과 보전 조례 제정을 지켜보며 소멸위기 언어를 살리는 일에 힘을 보태려 시작된 그의 제주어 시 작업은 어느덧 10년을 넘겼다. 현재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그는 "제주어 시집이 나이든 세대들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제주어의 가치를 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도서출판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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