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한표의 가치는 동일하다

[이재근의 한라칼럼] 한표의 가치는 동일하다
  • 입력 : 2018. 06.05(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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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살고 있다. 자본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는 시스템이다. 사람보다 자본의 가치를 더 인정한다. 자본이 우선인 시스템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자본 크기에 상관없이 사람 한명 한명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협동조합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보편적이지 않고 익숙하지 않다.

정치체제는 다르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달리 일인일표제라는 등가원칙을 선택했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거나 부자라 할지라도 무지몽매한 사람이나 극빈자와 표의 가치는 동일하다. 자본의 크기에 따라 힘을 발휘하는 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복창터지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정책이나 논리로 식자층이나 부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일반인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선거가 한창이다. 선거 당일까지 며칠 안 남았으니 도지사는 물론 교육감, 도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선거 열풍이 휘몰아치는 상황은 당연하다. 한 표의 우군이 아쉽고 모르는 표의 행방이 궁금하다.

선거라는 게 다른 경기와 달리 결과에 따른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 나라의 명운은 물론 한 지역, 한 마을의 운명도 좌지우지 할 수 있고 심지어 조직이나 단체, 회사나 개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을 보면 그 영향의 실체를 실감하게 되니 더 길게 말하면 잔소리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선거운동원들은 물론 지지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지지후보의 입장을 퍼 나르느라 여념이 없다. 관련기사에 댓글 논쟁이 치열하고 SNS에는 온갖 정치적 선전물이 난무한다. 더불어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로부터 친구요청이 쇄도하기도 한다.

선거 막바지가 되면 날선 긴장이 지속된다. 지지 후보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지인들을 상대로 자발적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내 주변이라고 다를리 없고 예외도 아니다. 문제는 종종 친하다고 생각하거나 같은 입장을 가졌으리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지 후보자에 대한 반박의 논리를 들었거나 다른 입장을 이야기했을 때 발생한다. 부모 자식 사이라도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지자를 말하거나 지지정당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의 입장에 비판적으로 비춰지는 순간 어느새 상대편 당을 지지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인정 된다. 편가르기의 반대편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을 갖거나 명확한 당파성을 드러내는 일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들의 입장은 선거를 통해 드러내기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투표를 하지 못했다면 열정적 지지는 물거품이 된다.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경우라면 당연히 지지 후보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판세에 따른 초조함이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그 일이 다른 이들의 투표 전 정치적 중립 의지를 꺾거나 지지의견의 미 표현에 압력으로 다가서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적 중립이나 의견 보류의 행동은 보호되어야 한다. 투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지지의사가 곧 선거결과는 아니다. 세몰이를 많이 했다거나 댓글의 좋아요가 많다고 결과가 동일할 수 없다. 착시현상을 만들려 할 뿐이다. 돈의 많고 적음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일인일표의 원칙은 그래서 흥미롭고 등가 가치는 보호되어야 한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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