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의 문화광장]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장수명의 문화광장]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 입력 : 2018. 06.05(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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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는 말이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그 어원의 뜻을 살펴보면 사뭇 손순해지지 않을 수 없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에서 유래 된 말이다. 영국군에게 포위당했지만 용감히 맞서 싸운 칼레시민은 영국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지원병을 기대할 수 없는 프랑스정부상태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항복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칼레시민에게 내놓는다.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는 그동안 대항한 책임을 져야한다. 이 도시의 대표 여섯 명은 교수대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에 혼란에 빠진 칼레시민들은 과연 누가 처형을 당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였던 그가 처형을 자청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이 처형을 자청하기 시작했다. 교수대에 오를 여섯 명이 정해지고, 다음날 그들은 처형을 당하기 위해 교수대에 모였다. 그 때, 에드워드 3세에게는 임신한 왕비가 있었다. 왕비는 스스로 교수대에 올라 죽음을 자처한 시민 여섯 명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크게 감동하여 에드워드 3세에게 그들을 살려 줄 것을 간청하였다. 마침, 에드워드 3세 역시 크게 감명을 받았지만 차마 왕으로서 허언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왕비의 간청은 에드워드 3세에게 구실을 만들어주었고, 그들 모두를 살려주었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었으며, 그 때부터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기는 것 같아 사뭇 안타깝다.

다음 주면 6·13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과연 지금 후보들에게 우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선거판은 중앙선거판도 지방선거판도 다 똑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서로 상대방 후보 흠집 내기, 흠집 찾기로 야단법석이다. 게다가 텔레비전 후보토론장을 볼라치면 새삼스레 불거져 나오는 검증 안 된 네거티브이야기들로 난타전이다. 어떻게 후보들이 그렇게 얼룩진 자국들이 많은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도대체 정말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도구를 가지면 누구나 저렇게 되는 걸까? 우리는 왜 매번 실망을 하고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들 후보 모두 뽑고 싶지 않다.

21세기 변화무쌍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앞을 내다 볼 줄 하는 지혜의 눈을 가진 후보자를 원한다. 눈앞에 놓인 바윗돌을 사용 할 줄 아는 후보를 우리는 원하는 데 왜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걸까? 칼레시민처럼 칼레시장처럼 그런 의연한 후보를 만나고 싶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는 그런 후보가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으며 6·13 지방선거가 좀 더 성숙하고 정정당당한 선거로 치러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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