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3지방선거, 정책으로 승부하라

[사설] 6·13지방선거, 정책으로 승부하라
  • 입력 : 2018. 05.28(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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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 대선은 쉽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지지율이 89%에 이르던 현직 조지 H.W 부시의 연임은 당연지사로 여겨졌다. 구 소련의 붕괴에 따른 외교적 수혜에다 1차 이라크전쟁(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빌 클린턴은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분위기는 선거구호 하나로 뒤집어졌다. 그 유명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가 그것이다. 외교·군사적 성취에 취해 애써 외면했던 경제문제를 들고 나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선거의 프레임을 돌리면서 상대와 차별화하는 승부수였다. 미국 민주당은 12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6·13지방선거가 본선으로 접어들었다. 24~25일 이틀동안 제주도지사선거 5명, 제주도교육감선거 2명, 비례대표제주도의회의원선거 20명, 지역구도의원선거 73명, 교육의원선거 6명이 등록을 마쳤다. 도지사선거의 경우 지난 1995년 치러졌던 제1회 지방선거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후보자들은 오는 31일부터 선거 전날인 내달 12일까지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게 된다.

24일 제주선관위를 찾은 도지사선거 후보 5명은 후보등록 직후 인터뷰·논평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내놨다. 정책선거·공명선거를 알리고 다짐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로 흐르는 모양새다. 지난 22일까지 불법선거 운동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거사범이 18명(17건)에 이른다고 하니 곧이 믿기도 어렵다. 이 가운데 12건(12명)이 도지사선거와 관련된 사건이다. 흑색선거, 금품제공, 인쇄물 배부, 사전 선거운동 등 유형도 다양하다. 비방·흑색선전은 물론이고 온라인을 이용한 마타도어까지 기승이다. 워낙 교묘해 선관위로서도 속수무책이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보이질 않는다는 푸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건설·관광부문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다. 감귤 등 농산물과 수산물·축산물의 가격 호조 덕에 그나마도 지켜낼 수 있었다. 같은 기간 원만한 개선을 이뤄낸 수도권과 충청권·경기지역과 대조적이다. 대부분 상인들이 지역경제를 살려주기를 염원하는 까닭이다.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유권자들은 제주도지사 선거전을 '그저 그렇다'고 평가했다. 정책선거보다는 혼탁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각 후보 진영이 지역경제와 제주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으로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지금처럼 비방·흑색선전에 매몰돼서는 제주의 미래도 없을뿐더러 원하는 결과도 이뤄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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