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천 자연석 수난, 전도민이 함께 지켜야

[사설] 하천 자연석 수난, 전도민이 함께 지켜야
  • 입력 : 2018. 05.25(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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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내 하천 곳곳에서 환경훼손이 잇따르고 있다. 하천의 대형 암석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장비까지 동원해 암석을 절단해 옮기는 등 대범하게 이뤄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일부 마을에서는 하천을 지키기 위해 환경감시단이나 방범순찰대를 운영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본보가 서귀포시 서중천에서 대형 암석을 무단 반출하려던 현장 주변을 확인한 결과 올리튼물(오리 뜬 물)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선 중장비를 동원해 암석을 떼어놓은 현장이 드러났다. 높이 2m, 둘레 1.5m 정도의 암석은 한쪽 면이 장비를 이용해 자른 듯 평평하게 절단됐으며, 바닥에는 운반하기 쉽게 지주목 등이 깔려 있었다. 암석 뒤쪽 10여m 떨어진 하천 바닥에서 암석을 운반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돌을 끌어올렸던 흔적이 발견됐다.

또 서중천 바닥에서는 암석을 채굴하던 또 다른 자국들이 눈에 띄었다. 기이하게 생긴 큰 암석을 옮기기 위해 한쪽 부분을 공구로 예리하게 절단하고, 반대쪽은 큰 암석을 쪼개기 위해 드릴 등을 사용한 흔적이 역력했다. 서중천이 광범위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남리 한 주민도 "서중천에는 최근 몇 년새 특이하게 생긴 대형 돌이나 수목들이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중천은 생태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경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하천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서귀포시 지역 하천만이 수난을 겪는 것이 아니다. 제주시 지역에서도 자연석과 함께 수목도 불법으로 뽑히는 등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민의 제보로 현장을 찾은 제주시 아라동과 영평동 일대 하천에서는 수목과 자연석이 잇따라 사라진 현장이 목격됐다. 한 주민은 "인근 사유지에서도 수년째 수목과 자연석이 불법으로 채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의 아름다운 하천이 도채꾼들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제도적인 보호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제주도가 자연석 도난과 밀반출이 빈발하자 2012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보호규정을 신설했다. 또 조례를 제정해 자연석(직선 길이 10cm 이상)을 포함한 화산분출물(송이 등), 퇴적암, 응회암, 패사, 검은모래, 지하수 등 모두 7종을 보존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자연석의 경우 도외 반출이 금지됐지만 도내에선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거래되면서 도채꾼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앞으로 하천 훼손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다. 따라서 하천을 끼고 있는 마을주민을 비롯해 전도민이 제주의 자원인 하천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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