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착한 당신, 금감원·검찰 무서워하지 마세요

[특별기고] 착한 당신, 금감원·검찰 무서워하지 마세요
  • 입력 : 2018. 05.24(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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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접수된 2017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423억원으로 2016년보다 26%(49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은 잘 알다시피 전화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낚아올린다는 의미의 '음성(voice)' + '개인정보(private data)' + '낚시(fishing)'를 합성한 단어로서, 전화 등 비대면 기망행위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사기행위이다.

그 수법도 성별·연령대에 따른 취약점을 파고들면서 날이 갈수록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20대 남성을 대상으로는 취업을 미끼로 통장이나 체크카드 등 개인금융정보를 받아낸 후 대포통장으로 악용하고,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는 금감원 또는 검찰 직원을 사칭하면서 범죄에 연루됐다는 겁을 주고 금전을 편취하고, 상대적으로 대출수요가 많은 40~50대를 대상으로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면서 대출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많았다.

제주지방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제주지역 피해액은 2016년보다 37.7%(9억4000만원) 늘어난 34억3000만원(378건)이고, 2018년 3월말 현재 피해건수도 156건(2017년 378건 대비 41.2%)에 달하는 등 제주지역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출수수료 명목으로 편의점에서 상품권 등을 구매해 사진으로 찍어 보내도록 유인해 이를 현금화해 편취하거나, 금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며 신규대출을 위해 일정금액을 선납하도록 기망하는 등 과거 타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던 보이스피싱 수법들이 금감원 제주지원에도 신고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창구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대국민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홍보활동 등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감원의 보이스피싱지킴이 홈페이지(phishing-keeper.fss.or.kr)를 이용해 사기범의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을 알려주는 '그놈목소리'를 운영하고 있고, 주요 사기수법 및 대처요령을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 금융회사 객장 TV를 통해 상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예방활동을 더욱 다양하고도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보이스피싱 사례를 문의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범인은 본인을 사이버수사대라고 사칭하면서 지인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스마트폰 전화기에 메시지로 보내준 링크를 누르도록 유도했고, 수사 사건번호를 알려주며 검찰에 확인해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지인이 검찰청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했더니 자신이 그 사건 담당 검사가 맞다고 하면서 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이체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지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현직 검사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몹시 불안해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피해자가 직접 정부기관 등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도록 해 믿게 만드는 피싱수법은 새롭게 진화한 형태인 것 같다. 앞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얼마나 더 그럴 듯한 수법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속일런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께서는 "정부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금이체나 현금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기억해 어렵게 모은 재산을 허망하게 잃는 경우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우석 금융감독원 제주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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