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선거의 승패를 생각하며

[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선거의 승패를 생각하며
  • 입력 : 2018. 05.23(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금 급변하는 나라 안과 밖의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지켜보는 일이 침울하다. 선거의 본질을 회의하게도 하지만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선거 후의 상황은 반드시 희망적이지 않다. 후보들마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으로 도민들의 선택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후보들로부터의 정책다운 대안이 없기도 하고, 아직도 도민들의 제주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마다 내세우는 공약들만으로도 제주도를 곧 지상낙원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선거가 지나면 그 많은 지상낙원으로 가는 공약들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정책으로 입안되지 못하고 파기되거나 도민들의 머릿속에서도 지워진다. 선거철 후보들이 거창하게 떠들어대는 주장들은 참으로 공소(空疎)하다. 이런 사실은 후보들도 알고 있지만 도민들도 느끼고 있다. 왜 선거철마다 이런 공소한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일까.

선거는 득표수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눌 수는 있다. 득표수만으로 따진다면 한 후보가 유효 투표 30% 정도일지라도 당선으로 승자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나머지 후보와 주권자 70% 정도는 오직 패자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후보들마다 제주도의 현안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제시한 공약들은 적어도 득표수에 따라 도민들이 의미를 부여했다는 말이다. 당선자가 다른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정책으로 입안할 경우, 표절이라며 비난을 받거나 혹은 지적재산권 침해로 위법의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전국 6.2%였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전국 41.1%의 득표율로 당선이 됐다. 거대 정당과 소수 정당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면, 민주당 국회의원 의석수는 118(120)석, 정의당은 6석이다. 20대 국회의원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40.13%, 정의당은 2.01%의 의석수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 결과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 이상 지지율을 높인 승리인 셈이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단 1% 정도 높인 승리인 셈이다. 단순히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패자라고 할 수는 없다.

선거에서 진정한 의미의 승과 패는 공약으로 표현된 모든 정책에 대한 가치의 높낮이에 있다. 물론 인물의 도덕성과 실천적 능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도덕성과 능력의 기본을 갖추지 않고는 문제의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해결의 대안도 공소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문제를 오랫동안 멀리서 가까이서 바라보고 찾아내서 그 대안을 공약으로 주장하기까지는 남과 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야 한다.

실질적 대안이란 후보들의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으로 고민하고 궁구해서 찾아낸 하나의 방법이다. 모든 후보들의 정책 및 대안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가 곧 '선거'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며 가치를 고양할 수 있는 비전을 다양하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선거 분위기라면 제주도의 가치와 문제, 현재의 삶과 미래의 비전이 열린 광장에서 도민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축제다.

6·13 제주도 지방선거는 혁명이기를 바란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것도 아니고 모방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다른 어떤 선거에서도 축제를 이룬 적이 없다고 냉소적으로 바라볼 일도 아니다. 우리 제주도가 먼저 하면 된다. 모든 후보들이 제주도를, 지역구를 그토록 사랑한다고 하므로 제주에서 선거가 축제가 되는, 모든 이가 승자가 되는 길을 시작하자.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59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