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공항 용역 잇단 취소, 소통길 열리나

[사설] 제2공항 용역 잇단 취소, 소통길 열리나
  • 입력 : 2018. 05.21(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수행업체를 다시 선정하기로 한데 이어 한국공항공사의 지역사회 상생발전 용역도 전격 취소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제2공항 문제가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공항공사는 엊그제 '공항과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 방안 연구 용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가 일고 있어 현 단계에서 용역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용역 포기 이유를 들었다. 이 관계자는 "제2공항 건설을 추진중인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용역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공항 공사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항공사는 당초 용역을 통해 공항 건설예정지 주민에 대한 맞춤형 보상·이주 계획 절차를 모색하고 소득증대 계획, 지역사회 지원 계획 등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제2공항 반대측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가 공항공사의 용역 과업 내용에 주민보상·이주절차 방안이 포함되자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산읍반대대책위는 "공항 입지 선정 과정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는 마당에 한쪽에선 제2공항 건설예정지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주 계획 수립과 관련한 용역에 착수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이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주민을 완전히 기만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공항공사가 성산읍반대대책위의 주장을 반박하며 예정대로 용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2개월여 만에 태도를 바꿔 다행이다.

그러잖아도 국책사업인 제2공항을 추진하는 정부의 일련의 행태는 정말 실망스럽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성산읍반대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2공항 입지 사전타당성 재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국토부가 2015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했던 업체에 다시 맡긴 것이다. 성산읍반대대책위가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난한 이유다.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게 될 제2공항을 이렇게 어수룩하게 추진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적어도 국책사업이라면 그 당위성에 걸맞게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국책사업이니까 따르라는 식으로 마구 밀어붙여선 안된다. 제2공항이 갈등을 넘어 환영받는 국책사업이 되려면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28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