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건의 월요논단] 신뢰와 관용

[서용건의 월요논단] 신뢰와 관용
  • 입력 : 2018. 05.21(월) 00:00
  • 김현석 기자 hallas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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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지속가능성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어떤 한 요소의 상대적인 큰 훼손 없이 상호 균형을 이루며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각 부문별로 핵심적인 요소로는 환경을 보전하고 자원의 재활용 및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향상하는 환경관리능력,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경제 성장, 사회적 자본인 '신뢰'의 축적과 갈등 완화, 상호 이해를 반영하는 사회적 '관용' 수준을 들 수 있겠다. 보통 지역의 지속성을 논할 때 환경과 경제적 가치가 서로 상반 되는 만큼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이 덜 인식되는 측면이 있는데 상반된 이 두 가치가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바로 사회문화적 측면에 있다.

영국의 방송사 BBC가 금년 1-2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사회를 분열시키는 갈등요인으로는 정치적 견해차에 의한 갈등(61%), 빈부갈등(44%), 세대갈등(25%), 남녀갈등(24%)이 나타났다. 타인을 어느 정도 믿는지를 나타내는 '신뢰' 수준은 전체 평균 24%의 반에 그친 12%, 사회적 배경, 문화, 사고방식 등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관용' 수준 또한 평균 46%의 반에도 못 미치는 20%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하듯 전반적인 사회갈등 수준을 나타내는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위(2017년)로 높게 나타났다. 저신뢰와 경직된 무관용 사회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아울러 증가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가치관 연구기관이 조사한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은 물질적 가치관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어쩌면 우리사회의 높은 자살률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은 북유럽 국가와 비교해보면 이들은 물질적 가치관보다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가치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서로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잘못된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체면이 아닌 개성을 보다 존중하고 자아 발견과 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일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일수록 타인에 대한 '신뢰'와 '관용' 수준도 높게 나타난다.

제주도 인구는 불과 몇 년전까지 55만명대를 나타내다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증가해 작년 말 기준 67만여 명, 유동인구인 방문객(1400여만 명)을 감안하면 70만명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도내 거주 외국인 수는 26년전인 1992년 불과 400여명에서 작년에 2만여 명으로 도내 인구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학자들은 지역 내 거주 외국인 비율이 5%가 되면 다문화사회라고 하는데 제주사회는 빠르게 다양화해지고 있다. 이렇듯 제주는 최근 5년간 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인구 유입, 과도한 지가상승, 환경 문제 등과 외국영리병원 개원 문제, 제2공항 건설, 오라관광단지 개발 계획 등 지역현안에 따른 갈등도 함께 심화되고 있다.

한국사회 병리현상의 원인을 짧은 세월동안 이루어진 압축 성장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최근 5-6년 사이 제주의 변화도 이에 못지않다. 우리 제주 사회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타인에 대한 '신뢰'와 '관용'이 쌓여가기를 바랄 뿐이다.

<서용건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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