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실적 부풀린 공기업 어떻게 믿겠나

[사설] 경영실적 부풀린 공기업 어떻게 믿겠나
  • 입력 : 2018. 05.18(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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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과 다르다. 물론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기업도 하나의 기업인만큼 이윤을 도외시할 수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이 경영성과를 뻥튀기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제주도가 출자해서 설립한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경영실적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607억5054만원으로 2016년 572억7654만보다 34억7400만원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도 2016년 225억9119만에서 2017년 240억8717만원으로 14억9000만원 늘었다. 이중 면세점 상품매출액은 2016년 564억5482만원에서 2017년 597억6586만원으로 33억1104만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영업이익은 2016년 -29억5594만원보다 23억6098만원이나 줄어든 -5억9495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영업을 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등을 분석한 결과 이와는 전혀 달랐다. 특히 판매·관리비에 포함돼야 할 항목인 제주도 보조금 가운데 직원 인건비로 20억원을 집행한 후 경상전출금수익으로 회계를 처리했다. 그러니까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해 인건비로 사용한 보조금을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보조금 인건비 20억원을 판매·관리비에 포함시킬 경우 영업이익은 -5억9000만원이 아니라 -25억9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제주관광공사는 행정자치부 예산편성기준 및 결산지침에 따라 경상전출금수익을 영업외비용으로 회계처리를 했다고 하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필수경비인 직원 인건비를 제주도 보조금인 경상전출금으로 끌어다 충당한다는게 말이 되나. 제주관광공사의 허술한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내국인 면세점 고객유치를 위한 판매촉진비로 2016년(26억원)보다 24억원이 증가한 50억원을 지출했지만 상품매출액은 33억원 증가에 그쳤다. 면세점 매출액이 판매촉진비로 투자한만큼 늘지 않아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이 이렇게 눈가리고 아옹식으로 경영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일반기업처럼 경영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한 흔적이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분식회계는 법으로도 금지된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제주관광이 어려웠다는 걸 모르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성과를 내는건 아니다. 이래서야 도민들이 공기업의 경영성과를 어떻게 믿겠는가. 감사기관을 통해 의혹들이 속시원히 풀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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