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치는 덤핑관광, 정부 대책으론 안된다

[사설] 판치는 덤핑관광, 정부 대책으론 안된다
  • 입력 : 2018. 05.17(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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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 중앙일간지가 보도한 중국 한 여행사가 판매중인 선박을 통한 '톈진~서울 7일' 온라인 여행상품은 충격적이다. 선박 운임과 한국에 머무는 4일간의 숙식·교통비·여행자보험·비자비용이 포함된 가격이 5만원(288위안)도 안된다. 톈진~인천항 왕복 선박운임이 1421위안(21만8500원)이니 패키지 가격이 뱃삯의 4분의 1도 안되는 덤핑상품이란 것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한동안 금지했던 한국행 단체관광이 풀리면서 '싸구려 관광'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부가 저질·저가의 중국인 단체관광상품을 퇴출하겠다고 나섰지만 벌써부터 설익은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제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지정·관리 제도를 활용해 중국 단체관광의 고급화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쇼핑 위주의 저가·저질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중국 단체관광 전담여행사로 지정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설령 지정되더라도 수시로 퇴출할 수 있는 상시퇴출제를 제도화해 중국 단체관광의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 대책은 저가 중국 단체관광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쇼핑수수료(송객수수료) 관행을 손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퇴출 근거가 될 '적정한 수준의 송객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전담여행사의 수익 구조에서 송객수수료는 몇% 이상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이번 대책이 전담여행사에만 적용되는데 제주지역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여행업(내국인만 유치)을 제외한 제주지역 450여개 여행사(일반·국외여행업) 중 전담여행사는 6곳 밖에 안된다. 다른 지역은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전담여행사를 거쳐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주는 무비자 지역이어서 전담여행사가 아니더라도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

문체부가 저가관광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만하다. 문제는 지역실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문체부 관계자도 "제주는 무비자 지역이다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듯이 제주지역은 저가관광의 폐해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제주는 점점 '싸구려 관광지'로 빠져들 수밖에 없어 큰 일이다. 제주관광의 고질적인 병폐인 싸구려 관광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관광상품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제주관광의 미래는 물론 질적 성장도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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