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육교사 살인사건 탄력, 실마리 풀리나

[사설] 보육교사 살인사건 탄력, 실마리 풀리나
  • 입력 : 2018. 05.11(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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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제주경찰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궁에 빠졌던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에서 실마리를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중 하나다. 용의자를 압축하고 증거가 될만한 의미있는 물적 자료를 확보하면서 경찰의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한 용의자를 압축해 조사하고 과거 자료 재분석을 통해 유력한 물적 증거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는 2009년 2월 1일 오전 3시쯤 제주시 용담동에서 실종됐다. 이씨는 같은 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2년동안 1500여명의 DNA를 채취해 시신 발견 장소에서 확보한 유류물과 대조했지만 범인을 검거하는데는 실패했다. 이번 경찰의 재수사는 목졸려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에 대한 사망 시점을 재구성함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부검에서는 이씨의 직장체온과 대기온도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사망 시각이 사체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소견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제주경찰은 올들어 장기미제사건팀을 구성하고 동물사체를 이용한 현장실험을 실시해 이씨의 사망 시점을 사체 발견이 아닌 실종 직후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슷한 기후조건에서 돼지와 개를 이용한 실험 결과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이상현상이 확인되면서 이씨가 실종 직후인 2009년 2월 3일 이전에 사망했다는 추정이 나온 것이다. 동물사체를 이용한 실험 결과에 대한 분석결과는 늦어도 다음주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망 시점이 달라짐에 따라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갔던 인물들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와함께 경찰은 장기미제사건팀의 인원을 기존 7명에서 7명을 더 추가해 14인 체제를 구축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발생한지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초동수사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결코 짧지 않은 9년이 지나면서 재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만큼 경찰은 이용가능한 수사기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DNA를 단서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42년만에 극적으로 붙잡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에 비하면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그리 오래지 않은 사건이다.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재수사는 제주경찰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은 죄를 지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사회정의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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