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넘은 어머니 건강하셔서 감사할 뿐"

"백수 넘은 어머니 건강하셔서 감사할 뿐"
[오늘 제46회 어버이날] 대통령 표창 고승사·부태년씨 가족이야기
  • 입력 : 2018. 05.07(월) 16:1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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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세 임사여 할머니(사진 가운데)가 오랜만에 집앞 바닷가에서 아들 고승사씨와 며느리 부태년씨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현숙기자

홀로 남겨진 어머니 모시려 18년전 부산서 귀향

103세 노모 지극 정성.. 주변엔 늘 나눔 전해

자녀 며느리도 부모 효행 직접보며 존경심 가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누군가의 아이였음이 틀림없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는 '자신을 닮은 아이'를 만날 때가 아닐까. '가정'과 '효도'의 의미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건강하게 모시고 웃음으로 화목하게 살아가는 가정'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 한켠에 감동이 스민다. 오늘(8일)은 제46회 어버이날이다. 올해 '효행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고승사(76)씨 가족을 만났다. 효도를 받아야 할 나이에 '효행자'로 표창받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운동선수이자 양복점을 하면서 가꿔온 타지 생활을 고민없이 접은 것은 바로 홀로계신 어머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해안도로를 달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참 곱디 고왔다. 한동리 해안가 소박한 집. 그곳에서는 백수를 넘긴 임사여(103)할머니와 큰 아들 고승사(76)씨, 그의 아내 부태년(77)씨가 함께 살고 있다.

 옆동네에서 만나 결혼했던 이들 부부는 젊은 시절 부모의 둥지를 떠나 부산에 안착했다. 부부는 24년동안 양복점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러다 18년전 귀향했다.

 "다정했던 아버지가 하늘로 간 이후 혼자계신 어머니께서 '무섭고 외롭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큰 아들로서 가족회의를 했고 우리가 내려와 모시겠다고 했어요. 부산에 있는 자식들이 있어 고민이 됐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내려온 이후 어머니는 활기를 찾았다. 아내도 싫은 내색 없이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봐 동네에서 '효부상'을 받기도 했을 정도. 고향에 내려왔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고씨는 지금까지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늘 나눔을 베푸는 그는 탐방객들에게도 유명하다. 고씨는 "다랑쉬오름에 근무하면서 오는 분들에게 잘 알려주고 싶었죠. 안내자료도 만들고 설명도 해주고, 차도 대접하다보니 오신 분들이 참 좋아하시더라구요." 17년동안 이어진 그의 선행은 오름을 오가는 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산림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유도 5단인 '유단자'이다. 13년동안 유도사범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매사에 근면 검소한 생활과 올곧은 그의 품행은 고스란히 1남3녀의 자녀들이 배울 수 밖에 없다. 고씨는 "돌아가신 아버지도 어머니를 늘 존중하셨습니다. 그것을 고스란히 보고 배웠던 거죠. 아버지는 늘 인사를 잘하라고 강조하셨고 어릴때부터 '인사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어요. 산불감시원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거죠."

 그는 지난 2015년 오토바이를 타고 일을 하러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무려 18주의 중상이었지만 지금은 걷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사고 이후 '다랑쉬오름'을 떠나 다소 낮은 '둔지봉'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불감시원은 1년에 5개월정도 일하게 된다. 그가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는 18년동안 아내 부씨는 도시락을 챙겨준다. 그러면 고씨는 도시락에 늘 손편지를 빼곡히 적어 도시락에 넣어둔다. 아내는 지금껏 받은 편지를 책에 모두 붙여놓았다. 고씨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함께하는 아내를 위해 매일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그 모습을 늘 지켜보는 자녀들은 그야말로 '산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고씨의 큰며느리 금은주씨에게는 크나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금씨는 "시어머니가 책에 붙여놓으신 편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2일은 임 할머니의 103번째 생일이다. 이렇게 특별한 날, 오남매와 그 자식들 그리고 증손자들까지 모여 한바탕 잔치를 할 계획이다.

기자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바닷바람을 쐬러 나온 임 할머니는 "모든게 곱다"고 하염없이 말했다. 아들도 곱고, 며느리도 곱고, 바다도 곱다고 말하는 할머니가 제일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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